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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당화 그늘
  • 우주에서 본 한반도
  • 임철희
  • 16,200원 (10%900)
  • 2024-01-15
  • : 140


‘우주에서 온 한반도’라 하지만 과학 책이 아니다. 부제는 ‘북녘을 향한 물음에 인공위성이 답하다‘다. 저자는 2021년부터 인공위성으로 지구의 산림 환경변화를 관찰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를 전망하고 있는 국민대학교 교수 임철희다. 인류가 쏘아 올린 인공위성은 지구의 진짜 위성인 달보다 가깝게, 밤하늘의 별보다 많이 지구를 돌고 있다. 지구를 관측하는 인공위성이 가장 많이 활동해야 할 곳이 한반도다. 갈 수 없는 북녘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본 한반도란 제목은 북한은 항공기나 드론으로 관측할 수 없는, 인공위성을 통해서만 관측할 수 있는 곳이기에 나온 말이다. 인공위성 분야에는 시간 해상도란 말이 있다. 공간 해상도가 화소(?素)와 관련된 용어라면 시간 해상도란 인공위성이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같은 영역을 관측하게 되는지와 관련된 용어다. 북한은 1993년 밤하늘의 인공 조명이 밝다가 한동안 어두워졌고 2013년에 조금 나아졌다. 이른바 전력이 부족했던 고난의 행군 시기의 북한의 실상을 증거하는 자료다. 


큰 기근이 찾아온 북한의 1990년대를 고난의 행군 시기라 부른다. 지금 한반도는 그저 공간이지만 어제의 한반도와 내일의 한반도 또한 지켜보고 있기에 시공간이란 저자의 말(프롤로그)이 이해된다. 그런데 내일을 지켜본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저자에 의하면 우주에서 본 야경은 그저 빛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현상을 대변하는 자료다.(40 페이지) 남북 경제협력이나 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논할 때 항상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북한의 광물자원이다. 마그네사이트 광석 매장량은 세계 1위이고 텅스텐, 흑연 매장량도 세계 10위권에 해당한다.


함경북도 무산광산은 북한 최대의 철광석 부존(賦存) 지역이다. 부존 자원이란 경제적 목적에 이용될 수 있는 모든 천연 자원을 의미한다. 자원의 내수 활용에 한계가 있는 북한에서 철광석 채굴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흥미롭다. 북한은 2017년 4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보리에 의해 모든 광물 수출을 금지당했으나 공해상 선박간 환적 방식으로 중국에 석탄, 철, 철광석 등 광물을 불법으로 수출했다. 선박간 환적이란 한 선박에서 다른 선박으로 화물을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함경남도 검덕지구 광산은 50여개의 광산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전 세계 국가들이 석탄 사용 및 개발을 줄이려 하는데 비해 김정은 정권(2011년 집권)은 석탄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백두산 천지에서 유일하게 물이 빠져 나가는 협곡을 달문(?門)이라 한다. 여기에서 물이 흘러나와 비룡폭포를 만들고 송화강까지 흘러간다. 백두산은 북서쪽은 중국 영토에 속하고 남동쪽은 북한 영토에 속한다. 최근 창바이산(중국명)이란 이름으로 세계 지질공원에 등재되었다. 


한국전쟁은 산림 훼손 전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한 자강도의 도 소재지인 강계는 한국전쟁 당시 임시 수도 역할을 한 곳이다. 혜산시는 탈북민이 많이 거쳐 오는 곳이다. 파주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개성은 그로 인해 다른 곳보다 적극적으로 산림을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위성에서 관측하는 온도는 대체로 지표온도를 말한다. 인공지가 많은 도시에서는 지표온도가 대기온도보다 높아 열섬현상 관측의 주요 지표가 된다.


기후변화로 겪는 가장 큰 재난은 수문학적 재해로 나타난다. 가뭄과 홍수가 대표적인데 인공위성은 이런 재난 발생을 대비하거나 피해 현상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북한은 연소율과 열효율이 낮은 취사, 난방 연료와 질이 낮은 석탄을 많이 사용하는 탓에 초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된다. 2015년 기준 북한의 에너지 소비량은 남한의 1/25에 지나지 않지만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2.6배, 2.3배에 달한다. 


북한의 하수 처리 비율은 14% 정도다. 상류에서 배출된 하수가 그대로 상수원으로 유입되어 식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도시나 공장, 광산 지역 등을 지나는 북한 주요 강들의 오염도는 매우 심각하다. 북한의 강들은 수질이 아주 나쁘다. 북한에도 갯벌들이 존재한다. 사실상 서해안 전체에 갯벌지대가 존재하며 압록강 하구, 청천강 하구 지역이 특히 유명하다. 동해안에도 두만강 갯벌이 있다. 


해마다 8만 마리 이상의 물새가 서식하며 동아시아 ~ 대양주(EAAFP)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으로 등재된 청천강 하구의 문덕 갯벌은 2008년 람사르 습지에 등재되었다. 나선 철새보호구 또한 람사르 습지로 등재되었고 금야철새 보호구는 동아시아 ~ 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으로 등록되어 있다. 북한에서도 간척이 많이 이루어져 갯벌 환경파괴가 우려된다. 북한의 식량문제로 인한 갯벌 간척은 오랜 시간 이루어지고 있다. 평안북도 신미도 주변 외에도 북한 서해안에는 수많은 간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인공위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갯벌은 해산물 공급처를 넘어 수많은 생명의 보고, 탄소 저장고, 새들의 서식지다. 갯벌이 간척되고 나면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전 세계가 북한이란 작은 나라를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북한의 잦은 군사도발과, 하지 말라는 핵무기 개발을 계속 시도하기 때문이다. 영변은 북한의 대표적 핵시설단지다. 그 외에도 북한에는 우라늄 농축시설, 우라늄 광산, 원자로, 핵폐기물 저장소 등 핵과 관련한 다양한 시설들이 전국에 위치한다. 


북한 핵 연구의 고장이 영변이라면 핵실험의 중심지는 풍계리다. 핵실험과 핵무기 개발의 주원료인 우라늄 채굴은 평산광산이 대표적이다. 경수로 냉각수로 인해 겨울철 구룡강의 얼음이 녹는 현상과 열적외선 관측에서 원자로 온도가 높게 관측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영변은 여전히 바쁘다. 풍계리는 해발 2,205미터의 만탑산을 비롯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해발 1천 미터 이상의 높은 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암반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핵실험 이후 발생하는 각종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도 크지 않아 핵실험 장소로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이 백두산 지하 마그마 지대와 인접하여 북한의 잦은 핵실험이 백두산 화산 폭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함경남도 요덕군에 위치한 요덕 정치범 수용소의 모습도 보인다. 여느 마을 같은 곳이다. 통일이 되거나 군사적 긴장감이 줄어든다 해도 인공위성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같은 인공위성에서 관측한 동일 정보도 시각을 달리하면 군사에서 민간용으로 활용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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