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이 씨게 왔다. 오십견이 왔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드립이랍시고 오십도 안 됐는데 무슨 오십견이냐고 해댄다. 그래서 유식하게 '회전근개염'이라고 호칭을 바꿨다.
아무튼 그랬더니 무거운 물건 들어야 할 때 어깨를 주무르며 옆으로 슬쩍 빠져되니까 참 좋....기는 개뿔.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됐다. 기공하고 태극권 하는 사람이 무슨 오십견이냐고 타박한다. 솔직히 운동 땡땡이 친지 어언 반년이 넘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특별히 육체를 많이 쓰지 않는 책상물림의 삶을 살고 있는데 어깨를 쳐들 수도 없는 어이 없는 상황이라니... 난 지금 누적된 스트레스로 번아웃 근처에 도달한 것이다.(라고 환원적 사고를 해본다.)이런
와중에도 책을 한 권 쥐어 들었다. 정신과 의사 김병수의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라는 책이다. 그냥 ‘마음공부’라는 키워드를 보고 먹이에 침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와 같은 반사적 사고로 선택한 책이다. 20년 이상 임상에서 얻어 낸 통찰로 우리 마음의 3대 마음 독소인 스트레스, 번아웃, 우울증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단순히 증상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심리 솔루션과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행동 솔루션을 제시하여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멘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심지어 어렵지도 않고 평이한 문장이라 술술 넘어가는 훌륭한 장점을 장착하고 있다. 우울증 부분에서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마음건강을 스스로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직장 내 정치 싸움 대처법’이라든가 우울증 약 복용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은 책의 진가를 높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특히나 시선을 잡아 끈 문장은 다음과 같다. “역기능적 완벽주의는 번아웃의 원인입니다. 완벽함에 집착하면 할수록 마른 수건을 짜는 것처럼 에너지와 시간을 쓸데없이 소모하게 됩니다. 덫에 걸린 완벽주의자는 이미 충분한데도 더 완벽하게 만들려고 애씁니다. 별것 아닌 것도 큰 실수인 것처럼 느끼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더 열심히 쥐어짭니다. 어떤 성취를 해도 만족감이 없고 설령 만족의 순간이 찾아와도 또 다른 흠결을 찾아다니느라 성취감을 느낄 여유조차 갖지 못합니다. 노력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는 쌓이고 몸과 마음은 더 지쳐갑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완벽을 강요하게 되고 그러면 관계가 틀어집니다. 완벽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수용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렇게 아등바등 거렸던가. 어깨가 아우성치는 소리도 못듣고 말이다. 이 책이 내 오십견을 고쳐주지는 못하지만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부르는 마중물이자 삶이라는 연을 훨훨 날게 하는 바람’이 되지는 않을까?멘탈도 어깨도 어서 돌아오라 소리치고 싶은 늦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