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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k4438님의 서재
  • 보통의 깨달음
  • 스티브 테일러
  • 17,820원 (10%990)
  • 2020-11-18
  • : 1,141

보통의 깨달음

스티브 테일러 (지은이), 추미란 (옮긴이) 판미동 刊

 

‘보통’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으로 찾아보면 부사로는 ‘일반적으로 흔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멋있는 뜻은 아니죠. 명사로도 ‘특별하거나 드물지 않고 평범한 것. 또는 뛰어나지 않고 열등하지도 않아 중간 정도인 것’ 정도니까 별다를 것 없는 그런 단어입니다.

 

그런데 이걸 한자로 풀어보면 좀 느낌이 달라집니다. ‘보통(普通)’, 넓고 광대하고 두루 미친다는 의미를 가진 보(普)와 통하고 환히 비춘다는 의미를 가진 통(通)자가 합쳐졌습니다. 불가에서는 부처님 지혜의 빛이 세상을 두루 감싼다는 뜻의 ‘보조(普照)’와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건지기 위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원통(圓通)’이란 단어로 설명합니다. 비범한 뜻을 담은 평범한 단어가 바로 보통입니다.

 

이런 의미로 새기다 보니 우리 법위 등급 여섯 가지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가는 단계가 “유무식, 남녀, 노소, 선악, 귀천을 막론하고 처음으로 불문(佛門)에 귀의한 사람”들의 급인 보통급입니다. 세상에 아무리 고귀한 사람이거나 비천한 사람이라도 법신불의 품에서 두루 감싸 안아 한 가지 깨달음의 길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보통의 사람들인 것이지요.

 

인간의 지성이 담아낼 수 있는 가장 비범하지만 누구나 일으킬 수 있는 평범한 사건을 들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종교체험 그 가운데에서도 깨달음 체험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원불교의 소태산 대종사님은 자신의 깨달음 체험이 일어나기 직전 몇 년간의 입정(入定)에서 깨어나 평범한 인간의 그것처럼 머리 빗고 손톱 자르고 세수를 했다고 합니다. 이외의 특별한 이적(異蹟)이나 치병(治病)의 기록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그런 보통의 아침으로 깨달음의 빛을 뿌렸습니다.

 

책 한 권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보통의 깨달음’이라는 제목의 도톰한 책입니다. 원제는 ‘The Leap: The Psychology of Spiritual Awakening (도약 : 영적 각성의 심리학)입니다. 뛰어넘다. 초월하다는 의미의 제목을 ’보통의 깨달음‘으로 옮겼습니다. 제법 그럴듯한 작명입니다. 이 책에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의 비범한 깨달음 체험이 따박따박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곳곳에 부처님이 계시고(處處佛象) 일마다 불공 아님이 없다(事事佛供)는 법문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저 높은 곳에서 벌어질 것 같은 각성(覺醒)의 체험이 이 책에는 아주 흔한 일처럼 기록되어 있습니다. 산후 우울증을 겪던 여성도,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사람도 급작스럽게 깨어납니다. 서커스단에서 3년간 지극히 말을 돌보다가 깨달음을 얻은 이, 건강 문제로 금욕(?)을 하다가 어느새 깨달음을 체험한 사람 등 수많은 사례가 이 책에 실려 있습니다.

 

일반적인 ‘전업’ 종교인은 깨달음을 교조적으로 해석해 버리는 유혹에 늘 시달립니다. 내가 얻지도 체험하지 못한 것을 가르쳐야 하는 이 황당함 속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깨어남이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깨어남은 끝이 아니라 다른 여정의 시작이다. 깨어남은 길의 끝에 도달했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길로 옮겨 갔다는 뜻이다.”

 

평정으로 온전하게 맞이해야 할 명상 시간은 깨달음에 대한 과한 갈망으로 어느덧 헐떡이는 깨달음의 경마장이 되고 맙니다. 한 방에 승부를 보려는 도박사가 되고 맙니다. 그러나 깨어남은 찰나에 모든 걸 끝내야 하는 결투나 도박이 아닌 오늘도 변함없이 내딛었던 출근길과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퇴근길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이 책 ‘보통의 깨달음’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영적 체험을 나누는 시간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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