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의 양육 속에서 사랑받고 자랐으니, 그 사랑을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조금은 고지식한 나는 이 소설 속 얘기가 내 얘기 같았다. 나에게도 저런 상황이 닥치면 소설 속의 딸처럼 엄청 투덜거리면서도 엄마를 위해 운전을 하고, 병원에 동행하겠지.
그것이 받은 사랑의 10분의 1도 안되는 사랑을 돌려드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노령의 엄마와 중년의 딸의 동거가 재미있기도 하면서, 곧 현 세대 전반에 걸친 표본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을 늘어날 테고, 또 노인은 자꾸 생겨날 테니 말이다. 부모의 부양이 온전히 자식들의 몫으로 떠넘겨지는 현실이 못마땅하면서도, 사회 서비스에 만족하지도 신뢰하지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것이 속 편하기도 하다. 고령인구가 늘어서 일까? 요근래 나의 관심사가 돌봄에 치우져서 일까? 김혜선 작가의 소설잔소리 약국 역시 나에게는 키워드가 “돌봄”으로 다가왔다
아침 10시. 엄마를 출근시키면서 엄마 어깨너머로 물끄러미 약국 유리문 안을 들여다본다.-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