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내는 책
john1210 2025/08/0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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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한 나의 30년 친구, 독서회
- 무카이 가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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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 - 2025-06-25
: 1,106
저자 무카이 가즈미는 35년간 한 독서회에 참여했다.
그들이 함께 읽은 책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고전들. 혼자였다면 책장 몇 장 넘기고 덮었을지도 모를 책들이다.
하지만 함께 읽는 약속이 있었기에 끝까지 읽어냈고, 서로의 이야기가 겹겹이 더해지며 문장은 살아 숨 쉬었다.
책은 언제나 혼자의 것이었다. 조용한 시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활자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은 깊어졌고, 마음은 느릿하게 가라앉았다.
나는 책이 주는 그 고요한 고립을 사랑해왔다.
하지만 이 책, 『다정한 나의 30년 친구, 독서회』를 읽고 나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책은 함께 읽을 때, 때로는 더 멀리, 더 깊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에서도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은 적이 있다.
제주 4·3이라는 아픈 역사, 그 안에서 말하지 못한 존재들의 기억.
혼자 읽었더라면 너무 무거워 끝까지 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함께 읽으니 달랐다.
누군가는 자신이 외면했던 과거를 말했고, 또 누군가는 할머니가 겪은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책 속 문장이 한 사람의 삶과 이어지고, 기억이 목소리를 얻는 순간들. 우리는 그날, 역사의 일부를 함께 살아내는 이들이었다.
무카이 가즈미는 말한다. “책 한 권을 다 읽을 때마다 인생을 10년 정도 더 산 기분이 든다. 나는 이미 수백 년을 살아온 셈이다.”
그 말이 이제는 내게도 낯설지 않다.
책을 함께 읽고, 함께 말하는 시간.
나는 그 안에서 나보다 더 오래 살아본 사람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다음 책은, 누군가와 함께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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