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만 3형제 방랑기>(신동근, 사계절, 2019)
구어체인 “허구헌날 활만 쏘는 애가 있었어.”로 시작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주의를 집중시킨다. 보면서 읽는 그림책이지만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잘만 3형제 방랑기>는 옛이야기를 좋아하는 신동근 작가가 오늘날에 딱 맞게 비틀고 버무려 맛깔나게 탄생시켰다.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호랑이 뱃속 잔치>가 있다.
잘만3형제의 주인공은 기가 막히게 활을 잘 쏘는 ‘잘만쏘니’, 뜀박질을 잘하는 ‘잘만뛰니’, 천리도 보는 ‘잘만보니’다. 이름에 모두 잘만이 반복되면서 기억하기도 쉽고, 재미있다.
활을 잘 쏘는 것은 분명 재주지만, 사람들은 “호랭이가 안잡아가나!” 혹은 “잘만쏘니
엄마 화병 났다며?”라고 말하는 말풍선에 눈길이 갔다. 허구헌날
활만 쏜다는 표현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보게 한다. 골고루 잘하길 바라는 어른들을 익살스럽게 꼬집는
것 같아 잠시 양심에 찔리기도 했다.
함께 세상 구경을 떠난 3형제는 발이여섯아씨랑 달리기 내기를 하게
된다. 발이여섯아씨와의 달리기는 ‘토끼와거북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과연 이들의 내기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림과 파란색 표지가 선명하게 대비되는데,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야기처럼 그림도 익살스러우면서 구수하다. 읽는 내내 웃음을 머금게
되는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