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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소파와 까마귀
  • 일렁이는 음의 밤
  • 최지인
  • 13,500원 (10%750)
  • 2025-12-18
  • : 2,170

나는 종종 한 점의 얼룩 같았다. 나라는 얼룩을 미워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의 앨범은 듣는 이에게 끝까지 살아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마치 살아 있음의 의미는 살아 있다는 것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19p

이상은의 여섯 번째 정규앨범 『공무도하가』는 '이 세상 어딘가를 헤매었던 사람들'(「보헤미안」)을 향한 헌사다. 우리의 성취가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일깨운다. 종종 살아 있는 게 거짓말 같을 때가 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흐르고, '추억과 희망으로 가득찬 방랑자'는 막다른 길에 이르곤 한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아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나도 모르게 내가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흘러가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시작이고 우리의 끝이라는 걸 안다. 무심하게 작은 방 안에서 창대하고 빛나는 세계를 빚는 사람들이 있다. 이상은의 음악은 순환하는 이 세상을 노래한다. 침묵을 깨고 다른 목소리로, 시간의 강을 건너는 이를 목도하며 마음을 다한다. 35-36p

소설가로 산 지 반백 년이 넘은 선배는 어지러운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하는 내게 세상에 질지언정 분노하라며 쓴소리를 했다. 39p

'앞으로 그렇게 살지 말자고 하지만 살기 위해 그렇게 살았을 뿐인데.'(「못 우는데」) 47p

너는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게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고 되뇌는 일상과 힘내자고 말하는 일상이 이제는 싫증 난다고 했다.

자주 아픈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통과 감정을 잘 이해하고 감각한다. '나도 그렇게 세상도 쓸모 없지만'(「외로워 말아요 눈물을 닦아요」) 우리 앞에 와 있는 오래된 슬픔을 곱씹는다. 47p

그 시절 선배는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어서 슬프다며 엉엉 울었다. 63p

의미는 뒤에 온다. 인간이 제멋대로 정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그 의미를 불러야 한다. 95-96p

시인 백석은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이라고 했다. 트루베르 멤버 피티컬은 이 구절을 동명의 곡 끝부분에서 반복해 부른다.

세상은 결코 버릴 수 없다는 듯이. 103-104p

나는 위로할 줄을 몰라 쓸쓸하다. 140p

목적지는 다다르지 못한 곳이죠. 세상에는 그런 곳이 무궁무진해요. 내 마음은 네 마음을 지나 새의 마음을 지나 살아내고 있어요. 사라지지 않으려고요. 144p

예전 싸이월드에서는 베스트 플리로 선정되면 도토리 100개를 주곤 했었다.

몇 번인가 베스트 플리로 선정되어 나도 도토리를 두둑하게 받고 또 그 도토리로 새로운 플리를 만들었다.

너무 내성적이라 자폐를 의심하던 시절, 플리를 만드는 건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행위였다.

음악이란 그런 것이다. 제한된 범위를 넘어서는, 국경이 없는, 정의되지 않는 소통의 방식.

「일렁이는 음의 밤」은 하나의 노래, 또는 하나의 앨범을 QR코드를 통해 소개하며 각각 이야기를 전한다.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뭔가가 일렁인다.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혀둔 감정들이다.

​음악을 들으며 읽느라 오래 걸려 완독했다.

「일렁이는 음의 밤」은 작가가 내게 보내온 비밀스러운 편지 같은 책이다.

답장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전해준 음, 일렁이는 마음 잘 받았다고,

나의 일렁이는 음의 밤은 이러저러하다고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어졌다.

내가 나에 대해 알아가던, 내가 나 자신이 되어가던 시절의 일렁이는 음들을 가득 담아.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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