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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소파와 까마귀
  •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 박지영
  • 15,120원 (10%840)
  • 2025-11-05
  • : 8,420

그는 자신을 더 나쁘게 상상하는 일을, 그때의 자신을 세상에서 격리시켜야 마땅한 악의 존재로 상상하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너무 일찍 만들어진 자신의 괴담에 갇혀 책을 덮어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는 걸, 이야기는 얼마든지 다시 쓰일 수 있다는 걸 자꾸 잊었다. 206p

방 탈출 필승 공략법 : 일단 나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206p

저는 한참 기다렸어요. 그러고는 깨달았죠. 저는 누가 밖에서 열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려고 해보지도 않고. 저는 진짜 나가고 싶은지 저에게 다시 물었고, 간절함을 확인한 후 손잡이를 잡고 가운데 버튼을 누르며 돌렸어요. 문이 열리더군요. 아주 간단히. 207p

어쩌면 우리는 자가 격리 할 방이 필요한 저 밖의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방을 만들고, 마침내 자신의 힘으로 그 방을 탈출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풀이 방법을 공유하는 일을 함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종의 워크숍 같은 것을. 213p

사나운 워크숍을 마치고, 독립출판 워크숍을 들으면서 느낀 것들이 말로 정리되지 않았는데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을 읽으며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상조뉴스 인터뷰 후 내 마음에 가시같이 걸려있던 '수동적인 사람'

나는 왜 늘 스스로를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건지 순간 의문이 들었고 그게 지금 여기까지 왔다. 10년정도 묵혀두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내버려두었던 안전가옥 속 내면아이를 어떻게든 꺼내보려고, 그 아이를 성장시켜 현재의 나를 탈피해보려고 애썼던 시간들.

그러나 그 아이가 스스로 나오고 싶은 것인지 물어봐야 했다. 간절하지 않으니 나는 나올 수 없었고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다 읽고 나니 표지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이 이야기를 방탈출로 풀어낸 것도 독특하다고 느껴졌다. 안나도 기준도 근배도 우식도 결국 모두 내 안에 있는 모습들.

지금도 나는 어떻게든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겠다고 버둥거리는데 그것들은 아직 간절하지 않은 것일까? 문을 열 수 있는 손잡이가 어떻게 해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안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때가 되면, 밖에 있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아이는 너무나 간단히 손잡이를 잡아 비틀어 문을 열고 나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나는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너무나 간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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