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싯다르타>를 읽으며 헤르만 헤세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 엘리출판사에서 서평 제안 연락을 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었다.
헤르만 헤세의 산문 9편이 수록되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공을 많이 들인 게 보였다. 양장에 녹박, 내지는 가독성 있게 편집되어 있었다. 산문 9편을 한 권으로 묶었지만, 두꺼운 책은 아니다. 128p의 얇은 책이지만, 산문 하나하나가 가볍게 쭉 읽히는 글은 아니었다.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계속 던진다. 제목처럼 자정을 넘어가는, 새벽의 고요한 시간에 사유하기 좋은 글이었다.
작가의 생각과 상상 속을 부유하는 느낌이었다. 산문 속 화자나 한 인물에 몰입해서 읽기보다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현실적이면서 때로는 환상을 보여주고, 고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복잡한 세상을 보여주었다.
올해 헤르만 헤세 책을 의도치 않게 여러 권 읽었다. <데미안>, <밤의 사색>, <싯다르타> 그리고 <자정 너머 한 시간>까지.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연달아 읽으니 작가로서의 그와 한 인간으로서의 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