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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c0723님의 서재
  • 소년이 온다
  • 한강
  • 13,500원 (10%750)
  • 2014-05-19
  • : 1,222,96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강 작가는 중심 원인보다 그 주변의 모습을 조명하여 문제 제기하는데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며 모든 일이 시작하지만, 그녀가 육식을 거부하게 된 최초의 이유는 그리 중요치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영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폭력을 가하는 주변인들의 모습에 집중이 되었고 이를 통해 인간의 폭력성을 실감할 수 있었죠.


<소년이 온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의 경위와 경과, 영웅적인 인물 대신 그 중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주변인을 다룹니다. 운동의 최전선에 나서기보다 나름의 자리를 지키려고 했던 인물도 등장하고 그 가족들의 고통도 그립니다. 동호와 정대는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은숙과 선주는 살아남지만 그때의 기억이 그들을 평생 따라다니죠. 죽은 이들의 가족 또한 고통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영웅의 시련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을 그리며 아픔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이들은 나무의 중심보다는 곁가지 같은 인물들입니다. <소년이 온다>에서는 중심을 깔끔하게 보기 위해서라면 쉽게 쳐내지던 곁가지들의 힘을 실감하게 합니다.


인간 폭력성의 고발도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입니다. 많은 시민군이 책에서나 현실에서나 군인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합니다. 군인은 명령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 난무하는 집단이기도 하죠. 권력의 가장 위에서 공격 명령을 내리는 이의 폭력도 물론 있지만, <소년이 온다>에서는 군복만 벗으면 일반 시민과 다름없는 군인들의 폭력성을 보여주며 폭력성이란 몇 명의 악당들만이 가진 것이 아니라 인간 근본의 것이라는 점을 짚습니다.


쌓여있는 광주 시민의 시체를 보며 슬픔의 표정을 짓기보다 그들의 시취에 눈을 찡그리며 코를 막는 모습. 일렬로 계단을 내려와 항복하려는 학생들에게 총을 갈기는 모습. 이 모든 게 타의에 의한 행위인가요? 인간의 폭력성은 잘 숨어있다가 스스로 정당한 이유를 찾으면 그때부터 날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41년 전 광주에서 인간의 폭력성이 적나라하게 폭발했죠. 사건 자체를 기억하여 다시는 반복되지 않으려는 노력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 기저에는 인간의 폭력성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극복을 위해서는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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