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자가 누구인지 기억도 없을 정도로 가물가물한 책인데,
단숨에 읽어 버렸습니다
카뮈가 장 그르니에로 부터 이 책을 추천받아 읽고
소설 창작의 영감을 얻었다더군요
문학에 워낙 문외한이라... 이 작품의 어떤 점이 높게 평가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가 설렁설렁 읽는 작품 해설이지만 가끔은) 작품 참조에 보탬이 되기도 하는
역자 해설 같은 것도 없습니다
정말 가슴이 시키는 대로 읽고 온전히 집중해 느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먹먹하게 아프면서 몰입되는 경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번역된 문장임에도 꽤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고,
줄거리도 탄탄하게 짜임새가 있습니다
줄거리를 요약해 보자면,
테레즈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었습니다
이 작품 속 테레즈와 조르제 모자지간은 참 각별합니다
테레즈는 육체의 욕망과 사랑받고 싶은 갈망때문에 괴로워하고
아들 조르제에게 집착을 하기도 합니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서로에게 집중됨으로써
둘은 집착에 가까운 가족애를 가집니다
그러다 전쟁 피난민 소녀를 받아 주면서
모자 관계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지요
사춘기에 접어 들기 시작하는 아들은 무언지 모를 불안감과 호기심에
혼란스럽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어머니 테레즈는 마을에 온 독일인 포로와 사랑?에 빠지게 되죠
그 사랑도 어쩌면 혼자만의 착각이었겠지만...
아들 조르제는 독일인 포로 오토를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성당 고해실에서 "오토에게 입 맞출 수 없었다"는 고해가
동네 정보통 수다쟁이 아줌마 귀에 들어가고
결국 테레즈는 온 동네에 퍼진 소문에 휩싸여 왕따가 됩니다
어머니 테레즈는 임신을 하고
독일인 포로 오토는 떠나 갑니다
결국 이 소설은 테레즈의 사고?로 우울하게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는데요
이 소설은 몰입이 쉽고, 아슬아슬 19금 선을 넘나들며?
단숨에 읽게 하는 흡입력이 있습니다
그렇게 잠까지 설쳐 가며 새벽까지 단숨에 읽어 내고는
리더기를 끄고나서 잠깐이지만 흐느껴졌습니다
미망인과 전쟁포로의 사랑?
불륜도 아닌데...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불러 온 비극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 본 적 없는 테레즈의 생이 가엾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이 집착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딱히 어렵습니다
테레즈의 입장에서 이 소설은
배우자를 잃은 여인의 고통
자식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또 다른 산통
사랑받지 못 하는 상황의 절절한 외로움
연인(집착)이 떠나가는 실연
사랑했지만 세상의 손가락질이 주는 수치심
애국심의 탈을 쓴 시기,질투심의 가학
등이 주는 고통을 이야기 합니다
드라마틱한 사랑과 행복의 기복을 맛 보는 고통스러운 인생보다는
행복의 정점?을 맛 보지 못 해도 고통도 없는 평탄하고 평화로운 삶을 선호하는
저는 이 소설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 인상깊은 구절
"그가 독일인임을 드러내는 일체의 흔적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공을 놓고 다투는 그 청년들 중에서 외국인을 가려내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혼전중에 그와 부딪친 선수가 들이마신 땀내는 그와 한 팀인 동료들의 냄새와는 달랐다..."
= 이거 우리가 국제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는 이유인 거죠?
"아이들은 지극히 교활하고 위선적이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아이들에게 신뢰를 부여해왔고, 어른의 시선과 마주할 때면 아이들은 그것을 최선의 방어책으로 내세운다."
= 충분히 속을 수 있다. 깜찍하고 발칙한 아이들을 과소평가하지 말 것.
"연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그 씁쓸한 기분을 떨쳐버리는 데는 '나올 수만 있었다면 나왔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테레즈가 '그가 날 만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끔 발소리가 나게 뚜벅뚜벅 걸었다. 서로 얘기를 나누거나 만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은 함께 사랑을 향해 또다른 한 걸음을 내디뎠다."
= 처음 사랑에 빠질 때, 누구나 하는 착각...들...
"이 책은 밤의 책이다."
= 소재도, 줄거리도, 몰입도도... 충분히 그러하다
"아무리 뜨거운 열정도 시간이 흐르면 사그라지고, 수면도 미미하지만 천천히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기에, 우리는 어느 날에야 문득 우리 자신이 모든 사람들로부터 멀리 고립된 채 벌거벗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 우리 인간의 고통은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 소설을 가장 잘 압축해서 보여주는 문장이다
"오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몇 년 뒤면 그녀가 폐인이나 다름없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자기 품 안에서 분해되는 걸 느끼곤 했다. 그가 그녀의 사랑에서 발견한 극도의 쾌락이, 꺼지기 직전의 불이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눈부신 불꽃과 흡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 불을 끄는 것을 즐겼다. 자신이 그녀가 사랑하는 마지막 남자라는 것을 알고 즐겼다."
= 사랑을 즐기는 것이 죄악이 되지는 않지만, 사랑은 때때로 잔인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작은 찻잔이 온갖 소음 속을 한참동안 떠돌다가 또다른 뜨거운 입술처럼 그녀의 입술까지 다가왔다. 타는 듯 뜨거우면서도 달콤한 입맞춤이 머릿속에 들어있던 얼음 조각들을 녹이더니 마치 불뱀처럼 그녀의 내부로 미끄러져 들어와서는 배 속에서 똬리를 틀었다."
= 자극적인 아름답고도 생생한 묘사들이 곳곳에 있어서 몰입도를 높인다
"가슴속에서 한데 뒤섞인 수치심과 고통 때문에 구름의 세계를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상태를 넘어서, 영혼이 빠져 나간 것 같은 정도의 수치심을 실제처럼 전달한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상처가 벌어지는 듯 했다. 계단을 한 칸씩 디딜 때마다 뇌가 울리면서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듯 했다."
= 고통의 묘사가 너무나 적나라하고 피부에 와 닿는 것 같아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도 함께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