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순응하는 것만이 독립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반대로 사사건건 부모와 대립하거나 등을 지고 사는 것 또한 독립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해 부모처럼 살아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부모처럼 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그리고부모와 관계 맺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모두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치유되지 않은 애착손상을 가진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만성적인 불안, 절망감, 울분, 슬픔, 무력감, 복수심 등의 바탕감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감정들은 유쾌한 감정이 아니지만 자기정체성의 핵을 이루는 가장 익숙한 감정들이다. 우리는 자기존중감을흔히 ‘인지적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로 표현되다 보니 이를 생각처럼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자존감은 인지 이전에 감정의 문제다. 자기내면의 바탕감정이 자기존중감의 핵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바탕감정을 다루지 않은 채 인지적으로 자기가치감을 높이는 것은 표면적인 변화에 불과하다.
자기 마음을 진정시킬 줄 안다는 것! 그것은 바운더리가 건강한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다. 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고통을 위로하는 능력이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고통 역시 외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연민뿐 아니라 ‘자기연민‘을 가지고 있다. 연민은성숙한 감정이다. 연민은 동정과 다르다. 연민은 고통받는 상대를불쌍하게 보고 도와주려는 동정이 아니라, 안타깝게 느끼고 그 고통과 함께하려는 연대의 마음이다. 자기연민은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불쌍한 사람처럼 여기고 그 고통 속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도 아니고, 자기를 혐오하고 비난하며 고통을 증폭시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자기연민은 자신의 고통과 불행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는 따뜻한 마음이다. 자기연민은 자기사랑과 자존감에 없어서는 안 될 감정이다. 왜그럴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고통과좌절을 결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힘들 때조차 나에게 친절할 수 있기를!‘
‘내가 평화롭기를!‘
신체감각을 동반하지 않는 감정은 감정이 아니라 생각이다. 화가 났는데 신체적으로 아무 느낌이 없다면 화를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