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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영국 윌리엄 왕세자, 아니면 부조리한 의사 때문에 옥시콘틴에 중독된 가난한 여자, 한국의 치위생사, 힙합 가수 카디비 Cardi B, 기아나의 사탕수수 농부에게 정확히 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지금까지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며 그 ‘우리‘ 안에 수많은 다른 ‘내‘가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또 각각의 ‘나‘에게는 삶에서 남과 다른 개별 문제 혹은 특권이 있다. 이 때문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해야 하는 행동이어떤 ‘나‘에게는 바로 옆집에 사는 또 다른 ‘나‘보다 더 어려운 문제일 수 있고 아니면 더 쉬운 것일 수도 있다.
너 자신을 알라.
지나치지 말 것.
다시 시도하지 않는 것 역시 선택인데 그 선택은 너희를(그누구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단다.
명확한 해답도 없고 경험으로도 알 수 없으며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한 이론상의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 순간이 바로 실패의 진정한 가치를 볼 수 있는 때다. 언젠가 스스로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는 그런 결정을 내릴 것이다. 문제를 더 많이 곱씹고 더많이 생각할수록 그로부터 더 많은 의미를 끌어낼 수 있다.
‘언제나 이래왔다‘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때마지막에 나오는, 그러니까 진정 무식에서 나오는 방패다. 무언가를해온 시간 자체가 그것을 계속할 좋은 이유는 아니다. 이전의 관례와 선례에만 매달려 그것이 빚어낸 결과를 두고 비판적 사고를 하지않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생각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에 엿을 먹이는 행위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적극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더 최악은 시도하지 않고 정체된 것을 미덕으로 본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선택이다.
모든 것이 윤리에 관한 것일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울프는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윤리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라고 했다). 지금껏 인간은 멋있고 가치 있고 훌륭한 업적을 성취해왔다. 그 값진 성취에 성인군자의 삶과 상충하는 면이 있다면 성인이 되는 길을 내려놓고 이를 그저 삶의 방향에 관한 합리적 가이드 정도로 여겨도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채 세상의 불을 밝힐 뿐인 무디고 일차원적인 배터리로 남고 만다.
관심사가 단 한가지인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다. 그 관심사가 도덕적 완벽함이든 수영이나 백파이프 연주는 마찬가지다. 인간은 개성과 고유하고 독립적인 특성을 갖춘 호존재라는 점 때문에 사랑하는 무언가를 추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해나간다. 인간이라는 작은 정원에 고유함의 씨앗을 심고 길러내려는마음이 없다면 과연 ‘사람‘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싶다.
농담이다. 책을 다 끝내도 우리는 여전히 계속해서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 실패를 시작해보자. 아니면 아일랜드 출신극작가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말처럼 다시 시도하라. 그리고다시 실패하라. 더 잘 실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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