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좀비 같아요.> 딱히 반박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여자가 자기 손톱을 뜯어보며 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말할 때는 더더욱 그랬지요. 맞는 말입니다. 행복한 고자들과 좀비들로 가득한 행성에서 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니까요.
제가 <눈만 내리면 바랄 게 없겠다고요?>하고 묻자 아저씨는 <네, 사장님>하고 대답했어요. 그러더니 술이나 마약에 취한 듯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펑펑 쏟아지는 눈에 파묻혀 죽어 버렸으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저 나귀랑 나는 비슷한 처지인 것 같아〉 하고 카리다드가 몽롱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태어난 곳에서도 외국인이니까.〉 저는 카리다드에게 그건 틀린 말이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셋 중에 법적으로 외국인인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지요. 저는 카리다드의 허리에 살며시 팔을 두르고 기다렸어요. 〈카리다드는 하느님의 눈에도 경찰의 눈에도 외국인이야. 자기 눈에도 그럴 테지만 나한테는 아니야〉 하고 생각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