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부자님의 서재
  • 니들의 시간
  • 김해자
  • 9,900원 (10%550)
  • 2023-11-24
  • : 672
이 책은 단순히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책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사람의 시간”을 다시 꺼내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저는 자꾸만 한 가지 질문 앞에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누구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누군가의 희생과 아픔 위에 놓인 오늘을 얼마나 진심으로 기억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차갑게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김해자 작가는 광주라는 시간을 살아낸 평범한 사람들의 숨결과 감정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보여줍니다. 그래서 책 속의 인물들은 단순한 기록 속 사람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살아 숨 쉬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챙기던 사람들, 억울하게 쓰러져 간 사람들, 살아남은 뒤에도 긴 시간 죄책감과 슬픔 속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은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저는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시간”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오래 남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멈춰버린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1980년 5월의 어느 날 이후, 누군가는 가족을 잃었고 누군가는 청춘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너무 쉽게 다음 날로 넘어갔습니다. 책은 바로 그 멈춰버린 시간을 우리 앞에 다시 데려옵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당신은 그 시간을 정말 지나왔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민주주의란 단순히 제도나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민주주의는 결국 사람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광주의 시민들은 거대한 폭력 앞에서도 서로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다친 이를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졌고, 누군가는 위험 속에서도 끝까지 진실을 알리려 했습니다. 그 모습은 영웅이라기보다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었기에 더욱 슬프고도 위대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특별한 몇 사람이 아니라, 서로를 지켜주려는 평범한 마음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말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니들의 시간』은 단지 과거를 슬퍼하게 만드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기억하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줍니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행동이 아니라,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재를 살아가는 태도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제 마음속에는 한동안 묵직한 울림이 남아 있었습니다. 광주는 이미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의 삶 속에서 계속 흐르고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 애쓸 때, 비로소 희생당한 사람들의 아픔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니들의 시간』이 단순한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연대, 그리고 기억의 책임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끌어안으려 했던 사람들의 시간. 그 시간을 외면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인간다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