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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님의 서재
  •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 15,300원 (10%850)
  • 2022-09-02
  • : 53,462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던 것은, 결국 사람은 단순히 어떤 사상이나 이름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소설 속 아버지는 빨치산 출신이라는 과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그는 한 가족의 아버지였고, 누군가의 친구였으며, 힘든 시절 이웃을 외면하지 않았던 평범하고도 따뜻한 인간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참 현실적이면서도 먹먹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딸이 장례식을 치르며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미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장 늦게 이해하게 되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늘 곁에 있었기에 그 사람의 외로움이나 신념, 살아온 시간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지점을 아주 담담하면서도 깊게 건드렸습니다. 읽다 보면 꼭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누군가의 삶 자체가 하나의 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저는 이 책의 유머가 참 좋았습니다. 무거운 역사와 죽음을 다루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사람 냄새 나는 웃음이 살아 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오가는 시골 사람들의 대화와 투박한 농담들은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더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사람은 가장 힘든 순간에도 웃고, 농담하고, 밥을 먹으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이 책 안에 자연스럽게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진짜 삶처럼 느껴졌습니다.

읽는 동안 저는 여러 번 제 가족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부모님의 삶도 이렇게 뒤늦게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늘 부모님의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이전에 한 사람의 청춘이었고, 실패와 외로움, 꿈과 상처를 안고 살아온 인간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이 소설은 그런 당연하지만 쉽게 잊는 마음을 다시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 책이 누군가를 미화하거나 억지로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때로는 고집스럽고 서툴러도 끝까지 자신의 삶을 살아낸 인간에 대한 따뜻한 존중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난 뒤에도 큰 울음보다 더 깊은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마치 오래전 가족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본 뒤처럼 마음 한쪽이 조용히 따뜻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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