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살면서 가장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질문들은 의외로 거창하지 않다. 이 연봉을 받아도 되는 걸까, 지금 회사를 그만둬도 될까,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할까. 사소해 보이지만 매번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이 고민들 앞에서 나는 늘 내가 결정을 잘 못 하는 사람인가 자책하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게 말한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애초에 이 게임의 규칙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 대릴 페어웨더는 부동산 플랫폼 레드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흑인 여성 1호다. 그녀는 원래 학자들의 언어였던 행동경제학과 게임이론을 연봉 협상, 이직, 연애, 육아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의 현장으로 끌고 내려온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경제학이야말로 가장 을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무기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력서에 어떤 이름을 쓸지, 임신 사실을 언제 알릴지, 지금 사는 곳에 계속 머물지 같은 결정들이 사실은 모두 경제적 선택이라는 걸 저자는 자신의 경험으로 하나하나 풀어낸다.
인상 깊었던 건 자신의 이야기를 따라야 할 모범 답안이 아니라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쓴다는 점이다. 흔한 자기계발서의 오만한 확신 대신, 이 책은 시종일관 겸손하다. 실패담과 편견에 맞섰던 순간들까지 솔직하게 드러내는 태도가 이 책을 평범한 경제 자기계발서에서 한 뼈대 위로 끌어올린다. 대중문화 레퍼런스를 통해 딱딱한 이론을 풀어내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게임이론이라고 하면 추상적인 모델을 떠올리기 쉬운데, 우리에게 익숙한 팝 문화 서사를 빌려와 경쟁을 협력으로 바꾸는 법을 설명한다.
책 제목처럼, 이 책이 약속하는 건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지지 않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게임의 룰을 우리가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룰을 이해하고 나면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대신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담백한 전제가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비교와 FOMO 속에서 인생의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건네는 경제학의 언어가 뜻밖의 위로와 실질적인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