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납치, 감금, 폭행, 해외입양. 이 네 단어를 나열하는 순간 이야기는 손쉽게 하나의 '사건'으로 요약되어 버립니다. 신문 기사 몇 줄이면 충분할 것 같은, 그런 사건으로요. 하지만 《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는 그렇게 요약되기를 거부하는 책입니다.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그 사건을 온몸으로 통과해야 했던 한 사람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따라갑니다.
어린 시절 가족과 강제로 분리되어 프랑스로 입양되어야 했던 아이. 그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시간들이 이 책의 중심에 있습니다. 표지를 넘기기 전부터 이미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읽기도 전에 그 무게가 전해지곤 하니까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침묵'이라는 단어입니다. 오랫동안 말해지지 못한 고통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그대로 고여 있다가, 결국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흘러나올 길을 찾아낸다는 것. 그 침묵이 언어를 얻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했을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평소에 아픈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을 때, 그 고통을 소비하듯 읽지 않으려고 늘 조심하는 편입니다. 이 책 역시 그렇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82쪽이라는 분량은 결코 두껍지 않지만, 가볍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담긴 무게를 느끼며, 제 마음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넘겨야 할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건이 아니라 삶을 따라간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이 택한 방식이고, 동시에 이 책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뉴스 속 사건으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이야기를, 한 사람의 온전한 생애로 마주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독서가 되겠지만, 그렇기에 더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트라우마와 회복, 가족과 정체성, 말해지지 못한 것들이 결국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눈여겨보시길 권합니다. 저 역시 이 책을 통해 침묵이 깨지는 순간을 함께 지켜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