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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루잠
  • 박보미(덕자전성시대)
  • 16,200원 (10%↓900)
  • 2026-07-22
  • : 1,850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덮은 지금, 가슴속에는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여운이 감돈다. 작가 박보미는 우리가 알던 밝은 모습 이면의 깊은 슬픔과 인간 내면의 복잡한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한 편의 완성도 높은 현실 판타지 소설을 완성해 냈다.


1.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 현실과 환상의 경계


제목인 ‘그루잠’은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소설은 이 단어 자체를 거대한 은유로 사용하며, 주인공 ‘윤설’의 삶을 꿈과 현실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올려놓는다.


윤설의 삶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결핍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의 모진 풍파를 홀로 견뎌내야 했던 그녀에게 현실은 깨어나고 싶은 악몽이었을 것이고, 반대로 도피하고자 했던 무의식의 세계는 가장 안전한 안식처였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선과 악, 기억과 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흩트러뜨리며 독자들을 윤설의 모호한 시공간 속으로 초대한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 역시 깨어있는지, 아니면 다시 그루잠에 빠져들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몽환적이고 흡입력 있는 전개가 이어진다.


2. 언제나 완벽하게 웃어야 했던 아이


소설 속 윤설의 가슴 아픈 고백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두드린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혹은 자신 때문에 누군가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스스로의 감정을 철저히 통제하고 가면을 써야 했던 경험은 비단 윤설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고통의 인과관계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윤설은 자신만의 외롭고 독특한 도피처를 찾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화장실’과 ‘우주’이다.

태양계의 가장 끝자락에 위치하여 차갑고 어두운 행성, 해왕성. 윤설은 스스로를 해왕성에 사는 존재로 규정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 서늘한 문장 끝에 "그리고 사실 해왕성에도 여름은 온다"라는 나지막한 희망을 심어둔다. 아무리 깊은 어둠과 시린 겨울 속에 갇혀 있을지라도, 결국 삶의 온기는 찾아온다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3. 조각난 다이어리, 마침내 맞춰지는 구원의 퍼즐


《그루잠》은 선형적인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가을의 끝에 눈이 내리는 기이한 현상으로 시작하여 가슴 아픈 과거, 알 수 없는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지워진 기록과 다이어리를 통해 시공간을 끊임없이 교차시킨다.


중반부를 넘어설 때까지 안개 속을 걷는 듯한 서사는 후반부에 접어들어 잃어버린 기억의 공백들이 연결되면서 숨 막히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기억은 사라졌을지언정 상처와 감각의 흔적은 영혼에 각인되어 있다는 설정은 매우 철학적이다.


이 문장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믿고 있는 세상과 기억은 과연 온전한 진실일까? 혹은 잊고 싶어서 스스로 지워버린 소중한 무언가가 있지는 않은가?


총평 : 시린 겨울을 지나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온기


이 소설이 놀라운 이유는 대중적인 크리에이터로서의 페르소나를 완벽하게 탈피하고, 인간의 깊은 내면에 도사린 어둠과 배신, 선과 악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포착해 냈기 때문이다. 문장은 화려한 수식어 없이 담백하면서도, 묘하게 쓸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상실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깊은 울림이 문장 곳곳에 묻어난다.


차가운 해왕성에도 결국 여름이 찾아오듯, 우리 삶의 시린 겨울도 머지않아 지나갈 것임을 믿게 해주는 소설이다. 삶이 주는 이유 없는 통증에 맞서 치열하게 방황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나만의 고독한 방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그루잠의 세계를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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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언제나 완벽하게 웃어야 했던 아이

    소설 속 윤설의 가슴 아픈 고백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두드린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혹은 자신 때문에 누군가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스스로의 감정을 철저히 통제하고 가면을 써야 했던 경험은 비단 윤설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고통의 인과관계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윤설은 자신만의 외롭고 독특한 도피처를 찾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화장실’과 ‘우주’이다.태양계의 가장 끝자락에 위치하여 차갑고 어두운 행성, 해왕성. 윤설은 스스로를 해왕성에 사는 존재로 규정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 서늘한 문장 끝에 "그리고 사실 해왕성에도 여름은 온다"라는 나지막한 희망을 심어둔다. 아무리 깊은 어둠과 시린 겨울 속에 갇혀 있을지라도, 결국 삶의 온기는 찾아온다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3. 조각난 다이어리, 마침내 맞춰지는 구원의 퍼즐

    《그루잠》은 선형적인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가을의 끝에 눈이 내리는 기이한 현상으로 시작하여 가슴 아픈 과거, 알 수 없는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지워진 기록과 다이어리를 통해 시공간을 끊임없이 교차시킨다.중반부를 넘어설 때까지 안개 속을 걷는 듯한 서사는 후반부에 접어들어 잃어버린 기억의 공백들이 연결되면서 숨 막히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기억은 사라졌을지언정 상처와 감각의 흔적은 영혼에 각인되어 있다는 설정은 매우 철학적이다.이 문장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믿고 있는 세상과 기억은 과연 온전한 진실일까? 혹은 잊고 싶어서 스스로 지워버린 소중한 무언가가 있지는 않은가?

    총평 : 시린 겨울을 지나는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온기

    이 소설이 놀라운 이유는 대중적인 크리에이터로서의 페르소나를 완벽하게 탈피하고, 인간의 깊은 내면에 도사린 어둠과 배신, 선과 악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포착해 냈기 때문이다. 문장은 화려한 수식어 없이 담백하면서도, 묘하게 쓸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상실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깊은 울림이 문장 곳곳에 묻어난다.차가운 해왕성에도 결국 여름이 찾아오듯, 우리 삶의 시린 겨울도 머지않아 지나갈 것임을 믿게 해주는 소설이다. 삶이 주는 이유 없는 통증에 맞서 치열하게 방황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나만의 고독한 방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그루잠의 세계를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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