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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은 바다처럼 운다
  • 임세병
  • 16,020원 (10%890)
  • 2026-05-28
  • : 550


 *이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파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처음으로 문장을 썼다. 그 문장들이 책이 되었다.


화가의 첫 에세이라는 수식어를 읽는 순간, 나는 약간의 경계심을 품었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는 보장은 없다. 감성적인 이미지를 SNS에 올리며 팔로워를 모은 예술가들이 쓴 에세이들 중에는, 예쁜 문장이 기체처럼 흩어져버리는 책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세병은 달랐다.


이 책은 예쁘지 않다. 아름답지만 예쁘지 않다. 그 차이가 전부다. 표면을 꾸미는 대신 내부를 열어 보인다. 독자에게 잘 보이려는 욕심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더 깊이 들어온다.


임세병은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을 쓴다. 살아남은 자가 짊어지는 이유 없는 죄책감을 쓴다. 불안과 후회, 그 감정들이 반복적으로 파도처럼 밀려오는 일상을 쓴다. 가볍게 건드리고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는 각각의 감정 앞에 오래 머문다. 그 머뭄이 문장에 밀도를 만들어낸다.


화가가 쓴 글이라는 사실은 문체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이 머문 장면을 그린다. 빛의 각도, 방 안의 온도, 그 순간 자신의 손이 어디에 있었는지. 독자는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게 된다.


 그 방식이 이 책을 단순한 고백록과 구별짓는다.


파리라는 배경도 이 에세이에 독특한 층위를 더한다. 아름다운 도시지만 고독한 도시. 수많은 이방인의 외로움이 퇴적된 곳에서, 임세병은 4년을 보냈다. 그 시간이 이 문장들 안에 스며 있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상처를 마주한다는 것, 그 거리감이 오히려 글을 더 솔직하게 만든 것 같다.


제목 『소년은 바다처럼 운다』는 읽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된다. 바다는 조용할 때도 움직인다. 잔잔해 보이는 날에도 파도는 온다. 임세병의 슬픔이 그렇다. 폭발적이지 않다. 조용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파도 자체를 동력 삼아 그는 살아간다. 그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고통이 사라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함께 움직이는 법을 찾는 것.


첫 에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오랫동안 언어 대신 이미지로만 표현해온 것들이 마침내 문장을 얻었을 때의 그 응축된 에너지가 페이지마다 느껴진다. 이 책은 슬프다. 그러나 슬픔에 잠기게 하는 책이 아니다. 슬픔을 제대로 마주하게 하는 책이다. 그 차이가 크다.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이 책이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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