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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대X 한국사
  • 김재원
  • 18,000원 (10%1,000)
  • 2026-05-25
  • : 2,065

우리는 왜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게 된 걸까.


MZ는 이기적이고, 꼰대는 꼰대이고, 586은 기회를 독점했다는 말들이 넘쳐난다. '세대 갈등'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손쉬운 설명 도구가 되었다. 꺼내 들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언어. 역사학자 김재원은 그 언어를 정면으로 문제 삼는다.


『세대X 한국사』는 세대론을 '마취제'라고 부른다. 고통의 원인을 가리고,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성품 탓으로 돌리며, 결국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게 만드는 마취제. 저자는 그 마취에서 깨어나기를 권한다. 그러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역사다.


책은 정치, 경제, 문화, 기술이라는 네 가지 축을 통해 각 세대가 어떤 시대를 통과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전후 세대부터 Z세대까지, 저자는 각 세대를 단순히 나열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떤 역사적 파도를 맞았는지, 그 파도가 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어떻게 빚었는지를 서사로 엮어낸다.


386세대는 독재와 민주화 항쟁을 몸으로 통과했고, 운동과 연대의 문법으로 세상을 배웠다. 그 경험이 그들을 어떤 존재로 만들었는지, 동시에 어떤 한계를 심어놓았는지를 저자는 공정하게 짚는다. X세대는 소비와 개인의 언어를 배웠지만 IMF 외환위기라는 벽에 부딪혀 개인주의가 생존주의로 굳어진 세대다. 저자는 그 무기력을 탓하지 않는다. 어디서 왔는지를 묻는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분노하고 포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기적이거나 나약해서가 아니라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담담하게 말한다.


이 책이 특별히 인상적인 이유는 어느 세대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586세대를 영웅화하지도, MZ세대를 피해자로만 그리지도 않는다. 각 세대는 자신이 통과한 시대의 논리 안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동시에 그 논리의 한계로 인해 다음 세대에게 전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 그 통찰이 아프게 다가왔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상처받으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역사 속에 살고 있다는 것.


혐오보다 이해를, 단죄보다 공감을 권한다는 메시지는 감성적 호소가 아니다. 역사를 알면 혐오할 여유가 없어진다는 것, 상대 세대의 삶에 작동한 시대의 논리를 이해해야 비로소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진짜 논지다.


304쪽, 읽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얄팍하지도 않다.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세대 갈등에 지쳐 있는 분께, 부모 혹은 자녀 세대와의 거리를 좁히고 싶은 분께, 그리고 한국 현대사를 새로운 눈으로 다시 읽고 싶은 분께 권한다.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거울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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