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나는 늘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릴스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고, 간신히 폰을 내려놓으면 잠은 오지 않고 머릿속은 오히려 더 복잡해져 있었다. 다음날 아침 피로가 가시지 않는 이유를 막연히 '잠이 부족해서'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 원인을 정확히 짚어준다.
뇌는 잠드는 순간 오늘의 정보를 그대로 들고 들어간다. 낮 동안 흡수한 자극들은 수면 중에 기억으로 굳어지거나 불안과 걱정으로 변형된다. 그래서 잠들기 전 마지막 시간에 무엇을 채워넣느냐가, 다음날 아침의 컨디션과 사고력을 사실상 결정한다. 저자 폴커 부슈는 레겐스부르크 대학병원에서 25년 넘게 스트레스·감정 조절의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해온 정신과 전문의다. 그의 설명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어려운 뇌과학 이야기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해서, 읽는 내내 강의를 듣는 것처럼 술술 넘어간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인지적 종결(Cognitive Closure)'에 관한 설명이었다. 뇌는 미완성 과제를 계속 붙들고 있으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은 업무나 감정들이 잠자리에서 머릿속을 맴도는 것이다. 저자는 잠들기 전 '내일 할 일 목록'을 짧게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뇌가 그 과제들을 일시 정지 상태로 등록하고 쉬게 된다고 설명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수면 연구에서 검증된 방법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또한 SNS 영상이나 자극적인 콘텐츠가 화면을 끈 후에도 뇌를 흥분 상태로 유지시킨다는 '디지털 잔여 흥분' 개념도 눈에 들어왔다. 블루라이트의 문제가 아니라, 보상 회로를 계속 건드리는 정보 자극 그 자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 금방 잠들 수 있다고 믿었던 나 자신이 그대로 반박당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수면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잠들기 전의 그 짧은 시간을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드느냐에 관한 책이다. 출간 직후 독일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무겁지 않게 읽히면서도, 읽고 나면 오늘 밤부터 뭔가 달라지고 싶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