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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르게 운다
  • 이강
  • 10,800원 (10%600)
  • 2026-05-20
  • : 520

이강이라는 이름 석 자를 처음 마음에 새긴 건 『미지의 서울』 덕분이었다. 방영 내내 대사가 끌렸고, 끝난 뒤에도 그 문장들이 오래 남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물었다. 이 작가는 처음부터 이런 글을 썼을까?


『다르게 운다』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이다.


2014년 KBS2 드라마 스페셜 단막극으로 데뷔한 이강 작가의 초기 단편들을 묶은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아는 이강이 어떤 씨앗에서 자라났는지를 보여주는 원점이다. 읽기 시작하면 안다. 처음부터 이강은 이강이었다.


이강 작가가 포착하는 인물들은 거의 예외 없이 조용히 운다. 소리를 지르거나 대성통곡하는 사람이 없다. 대신 음식을 먹다가 포크를 내려놓고, 웃으며 대답하다가 잠깐 눈을 피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강은 그 미세한 균열의 순간에 카메라를 밀어 넣는다. 그리고 그 순간은 어떤 극적인 장면보다 훨씬 오래, 훨씬 깊이 남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여러 번 멈춘 것은,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그냥 그대로 있도록 내버려두는 이 작가의 태도 때문이었다. 보통의 드라마는 감정을 해소하려 한다. 갈등을 봉합하고, 오해를 풀고, 이유를 밝힌다. 그런데 이강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떤 울음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닫힌다. 어떤 관계는 정리되지 않고 끝난다. 처음엔 그게 미완성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읽다 보면 알게 된다. 그것이 오히려 진실이라는 것을.


인생도 그렇게 끝나지 않는가. 다 설명되지 않고, 다 해소되지 않고, 다 이해되지 않은 채로 그냥 지나가버리는 감정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강의 글이 공감을 얻는 방식은 설명이 아니라 인정이다. 그런 감정, 나도 있었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 조용한 인정이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따뜻하게 쌓인다.


초기작이기 때문에 더 날 것의 무언가가 있다. 아직 다 정제되지 않은 날카로움, 설명 없이 내던지는 대사들, 메워지지 않은 여백들. 그 여백이 오히려 좋다. 완성된 장편보다 이 초기 단편들에서 이강이라는 사람이 더 솔직하게 보인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감정을 언어로 옮기는 방식, 인간의 어떤 부분을 끝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


『미지의 서울』을 사랑했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처음부터 이강은 이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위로가 된다. 오래 써야만 닿을 수 있는 언어가 있는데, 이강은 처음부터 그 방향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데뷔작에서 이미, 이 작가는 우리가 다르게 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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