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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hey625님의 서재
  • 아무거나 문방구 1 : 뚝딱! 이야기 한판
  • 정은정
  • 10,800원 (10%600)
  • 2024-03-22
  • : 4,543
옛날 깊은 산 속에 이야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도깨비가 살았어요. 이 도깨비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대뜸 사람들에게 내기를 걸었어요.
"어때? 나랑 재밌는 이야기 한판!"
처음 들은 사람들은 벌벌 떨며 이야기를 했지만 무슨 일인지 도깨비와 눈을 마주치면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가 술술 나왔어요. 게다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이겼다면서 금화를 주다보니 어느새 도깨비는 사람들 사이에 '아무거나 도깨비'로 소문이 났어요.

세월이 흐를수록 도깨비의 이야기 장부는 두꺼워졌지요. 그러나 이야기만 있으면 행복하던 도깨비가 어느날인가부터 사는 게 지루해지기 시작했어요. 바로 사람들이 핸드폰만 쳐다보고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답니다. 이야기를 듣지 못하게 된 도깨비는 부동산을 찾아가 금화를 잔뜩 주고 고양이 귀신이 나온다는 가게를 사게 됩니다. 과연 도깨비는 무슨 생각으로 가게를 산 걸까요? 고양이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은 진짜일까요?

동화에 있어서 초반 흡입력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찌어찌 책을 펼친 아이들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들어 주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펼치자마자 조선시대 서책을 넘겨보는 듯한 간지로 궁금증을 자아내더니 옛날옛날 도깨비 얘기로 시작해 자연스레 현대의 아이들 생활로 쑤욱 들어오는 초반흡입력이 기가 막힙니다.

이어지는 내용들도 아이들과 나누기에 참 좋아요.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아이들이 누구에게도 선뜻 말하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도깨비에게 털어놓게 되는 '아무거나 문방구'라는 매력적인 장소가 등장하거든요.

때때로 교실에서 작은 가슴에 담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아이들을 마주합니다. 이 책에도 그런 친구들이 여럿 등장해요. 나이 든 엄마가 창피한 제이, 공부하는 게 귀찮은 영재, 거절 못하는 나리, 동생과의 관계가 어려운 지우. 네 아이가 신비한 문방구인 '아무거나 문방구'에 들어서게 되면서 생기는 일들은 분명 판타지인데 어쩐지 판타지 같지가 않습니다.

이 책은 교실에서 읽기 전 아이와 먼저 읽었어요. 아이에게 이런 책이 가제본이다. 출판사 사장님이 특별히 너에게 진짜 책이 나오기 전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려달라고 보내주셔서 읽게 된 거라고 하니 발 동동하며 읽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읽기 전에 걱정하더라고요.
"엄마, 근데 사람 생각은 다 다르자나. 내가 진짜 재밌다고 해서 사장님이 많이 만들었는데 다른 사람한테는 재미 없으면 어떡해?"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다 읽더니 결연한 얼굴로
"엄마 사장님한테 많이 만들어도 될 거 같다고 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거 같아."
그러면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 '더블더블컵'을 골랐어요. 더블더블컵이 갖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아마 요즘 오빠를 졸졸 따라다니며 오빠껀 다 뺏는 동생이 생각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과 책을 읽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책이 아이들이 품은 이야기를 꺼내는 가장 좋은 매개체 중 하나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어주는 어른이 되어야지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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