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의 자리에 가까이 가거나 때로는 그 자리에 들어가 보기도 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글로 엮어내고자 할 때의 그 굳센 결의 속에서도, 혹은 그렇게 엮어낸 것을 읽는 독자로서 책을 통해 타인을 마주할 때에도,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체화된 편견을 실감하게 되곤 한다. 오웰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탄광촌 일대를 다니며 노동계급의 일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오웰이 가장 열심히 벗기고자 한 것, 치열하게 벗으려고 한 것은 계급 편견이었다. 오웰의 르포르타주는 물질에 대한 기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유물론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삶을 구체적으로 이루고 있는 단단한 것들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웰은 노동자 계급의 억척스러운 면들, 보통의 중산층이나 지식인 계급이 쉬이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 불합리나 어리석음과 같이 그들의 본질적인 성질로 귀착되기 일쑤인 모습들을 보고도 오만하게 오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계몽주의나 경멸, 또는 감상주의일 텐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오웰이 그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음을 느낄 수 있었다.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타인에 공감하고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의 최소한이 타인에 대해 적의를 갖지 않고 타인을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 것임을 '몸소' 보여주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