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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eson님의 서재
  • 불협화음론자 비고츠키 그 첫번째 이야기
  • 박동섭
  • 14,000원 (420)
  • 2011-03-25
  • : 203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에 나와 있는 '불협화음론자 비고츠키' 책 소개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독자들이 한 눈에 알아보기가 힘든 것 같아 이 책의 저자로서 책 소개를 다시 하고자 합니다. 이론을 오해하고 왜곡하는 데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 심지어는 원전에 대해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도 그런 오해와 왜곡이 벌어진다는 사실은 역사가 지닌 독특한 아이러니이다. 이 땅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비고츠키의 이론을 두고 벌어진 것보다 이 현상을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마르크스 이론에 대한 왜곡 이후에 다시없을 것이다. 비고츠키의 심리학설에 있어서 가장 근본이 되는 이론 즉 인간의 심리 혹은 마음(정신)은 ‘도구’로서의 언어라든지 기호를 매개로해서 기능하는 순간 그 전구조, 전기능이 ‘자연적(생물학적)’인 것에서 ‘문화적․역사적’인 것으로 비약적인 이행을 한다고 하는「문화적․역사적 발달이론」및 그것에 터한 심리연구에서의 ‘역사적 접근방식’의 의의가 이 땅에서 얼마만큼 제대로 평가받고 검토의 대상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이러한 ‘역사주의적 방법’에 대립하는 이른바 ‘논리실증주의’ 사조가 이 땅의 심리학과 교육학을 연구하는 많은 학인들의 인간과 심리를 보는 상(像)을 맺히게 하는 한 당연한 귀결이다. 논리실증주의(경험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결코 감추지 않았던 비고츠키. 그가 되려 그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에 눕고도 살아남기를 기대하고 그 생명력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본서에서는 교육심리학 텍스트와 교원임용고시에 단골로 등장하는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형 비고츠키의 모습을 완전히 내려놓고 더불어 그의 아이디어의 진수인 우리에게 있어 확실하고 흔들림이 없을 것 같은 이 ‘현실’이 있는 그대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개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근대'라는 저물지 않는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 손에 의해서 디자인되고 재디자인된 산물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싶었다. 인간의 부단한 디자인에 의해 성립하는 세계의 모습. 여기서 말하는 ‘성립’이라고 하는 것은 도구를 만들거나 제도를 고안하는 것과 같은 외계의 구체적인 구성물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사고방식, 느끼는 방식, 말하는 방식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그러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도 동시에 세계를 성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가 성립하는 것에 대한 기술은 바꿔 말하면 세계의 디자인의 가능성의 표명이기도 하다. 즉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에 그 우리가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손에 잡힐 것만 같은 비고츠키에 대한 현실도 우리가 그 동안 디자인해왔으니 다시 그 우리가 재디자인 못하라는 법도 없다. 본서가 그 재디자인에 일조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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