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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vingu님의 서재
  • 그날의 온도 그날의 빛 그날의 분위기
  • 에그2호
  • 12,420원 (10%690)
  • 2017-11-27
  • : 330
여행을 다녀온 이에게 누군가가 ‘거긴 어땠어?‘라는 질문을 던져주지 않는다면, 그래서 여행에서 돌아온 이가 여행하는 동안 느낀 점들을 다시금 떠올리지 않는다면 우리의 여행은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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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낯설고 불확실한 곳일수록 스스로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고집하게 되는 습관들, 편견이라 생각해본 적 없던 편견들. 훌쩍 떠나보려 했던 현실의 자신으로부터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채 우리는 오히려 가장 ‘리얼한‘ 우리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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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이런 모습에 쉽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만듦새가 순박해서 만든 이의 철학과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그래서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제발 그 모습 그대로 있었주었으면 싶은 것들 말이다. 물론 ‘최신‘, ‘최첨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들도 나름대로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1년만 지나도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말기에 왠지 각박하고 허무한 느낌이 들어서 왠지 쉽게 마음을 내주기가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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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지명들, 처음 보는 꽃의 이름을 천천히 발음하다보면 왠지 그제야 그것들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마음에 들이고 싶다면 그것들의 이름을 물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마음에 드는 누군가를 만나면 가장 먼저 이름을 묻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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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감동은 때때로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내 모습에서 오는 것 같다. ‘그래, 난 이리도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구나‘ 하는 일종의 자아도취랄까. 아무튼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그녀를 깨우지 않는 것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하면 그래도 한동안은 다시 이 삭막하면서도 권태로운 풍경을 견뎌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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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은 바로 눈앞에 있었고, 천천히 걸어도 3분이면 닿을 거리였다. 금방 갈 수 있는 곳도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놓치지 않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칠 수밖에 없는 ‘작은 의미;들을 발견하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위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점처럼 멀어지고 있는 소년들이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일종의 부러움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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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 냄새는 늦가을 거리에 가득 쌓인 낙엽 냄새, 어린시절 할아버지의 품에서 나던 냄새와 비슷하다. 낡고 삭아서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들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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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여행 중인 일행이 있다 하더라도 그 여행이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각자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행이 서운해한대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새롭게 보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거니와 함께 여행하는 사람과 나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도 오직 그때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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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자신의 커피 한 잔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커피의 맛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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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 에그> 에그2호님의 여행 에세이.
글도 글이지만 꽤 많은 양의 사진들이 있다.

그리고 글들 마지막엔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썼는지도 표시가 되어있다. 덕분에 이 나라에서, 이 도시에서는 이런 기분이 드는구나 라고 대신 느낄 수 있었기에 더더욱 상상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작곡을 하시는 분이고, 첫번째 책에서 읽었던 그 감성 그대로 여행에 담겨 있어서 글자를 읽는데 그 도시의 향기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힘들었던 요즘 책 한 권으로 몇 군데의 세계를 둘러본 것 같았다. 저렴한 책 한 권 값으로 이렇게 큰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니.

더할나위 없이 기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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