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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님의 서재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 17,550원 (10%970)
  • 2023-09-06
  • : 165,010
500페이지 넘는 책을 읽은 지가 오래라
끝까지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까가 도전처럼 느껴졌었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며칠간 푹 빠져 있다가 마지막 장이 다가올수록 시원섭섭해졌다.

이야기 속에 나의 이름이, 너의 이름이 없어서 처음엔 좀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어느 순간부턴 이야기를 하는 '나'가 하루키인지 나인지,
내가 안부를 궁금해하는 '너'가 하루키의 너인지 나의 너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17세의 내가 그토록 애달아하는 너에게는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냥 너의 삶을 살게 되어 나를 잊은 것이길, 사고나 병으로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길 바라는 나의 마음이
그 불확실한 벽 너머의 도서관에 널 만들어 둔 게 아닐까.
나에게 큰 의미가 되던 누군가가 갑자기 어떤 이유인지도 모르게 사라지면
삶에 정말 큰 공허함이 생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쏟거나 마음을 주는 것도 내 마음을 뜨듯하게 데우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렇게 허무한 인생을 살다가 그 도시로 들어가서 진짜 너를 만나는 순간
마음이 함께 너무 설렜더랬다.
당연스럽지만 너는 나를 모르는 것은 너무 슬펐고...
그림자를 내보내는 선택을 했는데 내가 나와져 버린 거 같아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시골마을 도서관 관장으로 가게 되고 고야스 씨를 만나면서
너를 잊어가는 것처럼 점점 너를 생각하거나 너에 대해 얘기하지 않아서 괜스레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 도시에서 나와버린 후로 너를 잊어버린 거야?'하고 섭섭함에 책 속 나에게 말을 건네 보기도 하고...
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나도 점점 너를 놓을 준비가 되는 것 같았다.
고야스 씨와 마을에서의 인연들과 대화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게 된 걸까...
마지막에 그 도시의 꿈 읽는 일을 옐로 서브마린 소년에게 넘기고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면서
나도 함께 크게 호흡을 했다.

난 이제 내 삶을 진실되게 잘 살아보겠다. 너도 부디 어디에선가 안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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