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아본 뒤, 제목을 보며 의아했지만, 이내 그 의미를 알게 된다.
물리학자인 남편(아!)과 소설가인 아내(어?)의 콜라보로 태어난 책이다.
미역국과 같은 일상에서부터,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을 지나 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과 저 너머 손이 닿지 않는 그곳까지 과학과 인문학적 통찰을 제시한다.
과학자인 아! 가 기술하여, 과학적 내용의 깊이가 있고, 소설가인 어? 가 썼기에, 적절한 비유와 감성적인 표현이 가능했었으리라. 같은 현상을 두고도 도무지 이견을 좁힐 수 없는 과학과 인문의 어울리지 않는 신선한 만남.
인문과 과학이 손을 잡다. 『아! 와 어?』이다.
인간은 누구나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다. 시간, 공감, 중심에 대해서도 그렇다.
시간의 최소 단위는 1초이다. 하루는 24시간이며, 1년은 365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 단위는 인간이 만들어낸 기준에 불과하다. 달의 모양이 변하는 주기를 통해 한 달이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나일강이 범람하는 주기를 토대로 일 년이라는 개념, 즉 태양력을 만들었다. 시계는 쉬지 않고 째깍째깍 흘러가지만, 1초라는 개념조차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이다. 시간이라는 것은 고정적인 것,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중심도 마찬가지다. 단지 방향을 정하는 주체를 기준으로, 위, 아래, 동서남북이라는 기준을 정했을 뿐, 사실 모든 방향은 열려있다. 고정 관념을 내려놓을 때, 열린 사고는 가능해진다.
본 서평은 '씨즈온'으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순환한다.
우주도 움직이고 태양도 지구도 움직인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도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우주가 생겨난 뒤로, 수십억 년에 걸쳐 수많은 생명체가 생기고 사라지는 순환을 반복해, 지구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고작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은 대자연의 순환이라는 섭리를 방해하고 거스름으로, 건강한 변화와 순환을 해친다. 인간을 이루는 물질의 기원은 우주로 향한다. 인간이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수에 대한 내용은 가장 흥미롭다.
고대 수학자들은 모든 수가 1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1을 씨앗, 본질, 창조자 등으로 불렀다. 가장 극적인 이름은 '진리'라고 한다. 수 1은 마주치는 모든 숫자의 속성을 보존시키기도 한다.
2는 대칭과 패턴의 시작이다. 세상에는 2, 양극성으로 구분되는 것들이 무수하다. 자연의 원리이기도 하다. 양극과 음극, 낮과 밤이 대표적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구분되고 논리적으로 반대이다. 하지만 논리를 내려놓으면 서로 보완적인 관계가 된다. 밤이 지나야 낮이 되고, 음극이 있을 때 양극이 존재할 수 있다.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없다. 생물학적으로도 한 개체의 죽음은 다른 개체의 탄생을 돕기도 한다. 순환이고 보완이다.
소리가 들리는 것은 지구뿐이다.
구름을 관찰할 수 있는 것도 바람이 부는 것도 오직 지구뿐이다. 공기가 있기 때문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지구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경이롭고 축복인 셈이다. 다만 누구나 그렇듯 매일 누리는 일상의 기쁨은 쉬이 잊기 마련이다. 소음에 시달리고, 겨울철 칼바람은 차갑기만 하다. 좇기는 일상에 구름도, 별도 바라본 지 오래전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구에만 유일하게 있는 공기 덕분에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산뜻한 봄바람에 설레는 감정이 피어오를 수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생각을 바꾸면 감사할 일들로 가득하다.
지식을 쌓을 수 있었지만, 무겁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이해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이 있지만, 적절한 비유가 그 부담을 줄인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을 옮겨본다.
"과학과 수학의 관계를 보자면, 과학은 수학이란 언어를 사용해서 자연의 문장을 만들어내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수학은 과학적 사유의 틀이며 한 세계를 구축하는 밑바탕 언어인 것이다."
저자는 수학이 과학을 이해하는 언어라 전한다. 수학적 사고는, 과학뿐만이 아닌 세상의 많은 현상을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수학이란 학문은, 문제를 푸는 행위로 오인되어왔다. 여전히 내게도 그렇다.
두렵긴 하지만 수학과 관련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수학적 사고의 토대를 위한 기초 수학 지식을 쌓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책은 책을 부른다. 즐거운 중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