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씨즈온 서평단 다섯 번째 책은 허유선 저자의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이다.
본서는 철학서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나 같은 입문자에게 적당한 책이다.
고대 아테네로 여행을 떠나, 소크라테스 등 다양한 철학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에 부담이 없다. 또한 저자의 상세한 설명이 더해져, 철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현명해 보이는 사람들과 소크라테스 결정적 차이는 자신의 무지함을 알고, 인정하는지의 여부이다.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구분하지 못하는 것보다도,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무지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새로운 앎에 대한 필요성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알지 못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계속해서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책을 더 읽게 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이처럼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성장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앎으로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또 새로운 여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유쾌하지 않은 감정은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무지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불쾌한 감정을 나쁜 것이라고 치부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앎을 추구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도 있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새로운 앎을 추구했다.
소크라테스는 그에게 질문을 하거나 대화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는 질문을 통해 질문자나 대화 상대방이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문답법, 산파술, 논박술이라고 한다.
산파술은 단지 도움을 준다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품고 있다. 출산하는 사람은 사실 이미 출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문제를 풀지 못할 것 같아서 소크라테스에게 대화를 청한 것이지만 사실은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는 힘을 이미 갖고 있다. 문제를 느낀다는 건 그 사람이 '문제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넘어서려고 마음먹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대화 요청자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p.140
'있음'이라는 문제는 철학의 오랜 주제이다. 있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가 보통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을 지칭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혼이나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과연 그것은 '있는' 것일까 '있지 않은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모두 '있지 않다'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나 괴로움 등의 감정은 불현듯 찾아오지만, 어느새 사라지고는 한다.
이처럼 '잠시 있는 것'은 '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철학에서는 '있음'과 관련한 문제를 다루는 것을 '존재론'이라고 부른다.
한편 소크라테스는 진짜 좋은 것과 진짜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눈을 뜨고도 꿈을 꾸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사실 우리는 좋은 것을 손에 쥐고도 그것이 좋은 것인지 모르고, 엉뚱한 곳에 힘을 쏟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철학에서는 '앎(인식)'과 관련한 철학적 논의를 '인식론'이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무엇을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과 행동, 그로 인해 좋은 삶을 추구하며 탐구하는 활동을 철학에서는 '가치론'이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철학의 주된 세 가지 물음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
존재와 가치와 인식의 교차점에 있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 진정한 철학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 '있고'(존재론) 동시에 죽어가고 '있으며' 이 과정을 '잘'(가치론) 겪기 위해, 아니 잘 겪고 싶어서 나와 너, 세상을 '알기'(인식론) 원한다.
p.231
철학의 탐구 대상은 모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철학이 멀고 어렵게 느껴진다.
우리는 누구나 매일 생각을 하고 탐구를 한다.
다만, 언제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삶의 방식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한 삶의 방식을 택할 때,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앎, 그리고 성장.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인정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삶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 어떤 의미인지, 진정 내 삶의 신념으로 받아들일만한 것인지 오히려 나의 삶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본 서평은 '씨즈온'으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