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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울님의 서재
  •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수재나 캐헐런
  • 17,820원 (10%990)
  • 2023-11-27
  • : 891
- 저자는 정신질환 오진의 경험이 있는 기자였다. ‘자가면역 뇌염’이 오진으로 ‘조현병’이 되어 정신병원에 강제 수감됐다. 운이 좋게 실제 병을 발견하여 정신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책은 이런 저자가 가짜 환자가 정신질환자로 위장해 정신병원에 잠입하는 ‘로젠한 실험’을 알게 되며 실험에 대해 파헤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뇌는 신체기관인데 어째서 뇌에서 일어나는 병이 ‘신체질환’이 아니라 ‘정신질환’이 되는 겁니까?” -34p

- 저자의 정신병원에서의 생활은 그녀를 더 미치광이처럼 만들었다. 정신질환일 때와 신체질환일 때의 의사와 간호사들의 태도의 차이도 경험한 그녀에게 로젠한 실험은 호기심을 끌만한 내용이었다.

- 예전보다 정신병원의 이미지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좋지는 않다. 특히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 중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정신병을 떠올리면 중증의 환자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 같다. 그들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우리의 마음속에 은연중 깔려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을 구별할 수 있을까? 로젠한 실험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주는 실험이었다.

- 가짜 환자들이 정신병원에 잠입했고, “쿵, 비었어, 공허해”라는 말로 8명의 가짜 환자가 12번 모두 정신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이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이었다. 전문가인 의사들조차도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을 구별할 수 없었다. 얼마나 수많은 오진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해주는 실험이었다.

- 로젠한 실험에서 가짜 환자들은 막상 입원해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당신이 건강하다는 것을 그들에게 말하지 마세요. 어차피 당신 말을 믿지 않을 테니까요. 아직 아프지만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세요. 그래야 그들이 당신을 내보내 줄 겁니다.”-160p

-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행해지는 치료 목적의 행위들이 인간 이하의 것들이라 충격적이고 읽는 내내 화가 났다. 그래서 로젠한의 실험으로 인해 정신의학의 어두운 면이 드러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됐다. 이 실험의 파급력으로 인해 많은 정신병원이 사라졌고 많은 환자가 정신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다.

“우리는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보았습니다. 그게 다가오는 열차에서 나오는 빛인 줄은 몰랐어요.”-253p

-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달리 상황은 안 좋게 흘러갔다. 정신병원의 수가 줄면서 진짜 병을 앓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 그리고 저자가 로젠한의 실험을 파고들수록 로젠한이 발표한 논문과 실제 실험의 내용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로젠한은 진료기록에도 손댔으며 내용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바꾸고 필요 없는 부분은 삭제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가짜 환자들이 실제로 입원을 했는지도 의문이 들었다. 저자는 가짜 환자들을 쫓았지만, 실제 몇 명은 만나지 못했고 로젠한이 이들을 꾸며냈다는 정황들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와 독자 모두 로젠한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 이 책은 정신의학이 옳게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확실히 다른 병처럼 확인할 방법이 없고 환자의 말과 의사의 관찰과 판단 때문에 진단되는 병이기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책은 로젠한의 실험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정신의학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어 좋았지만, 번역책이라 수많은 외국 이름들로 혼란스러웠고,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이야기가 자꾸 여러 갈래로 흩어져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헷갈리는 부분들이 많아 읽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을 우리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412p

- 우리가 병원을 찾지 않았을 뿐 많은 사람은 저마다의 정신이상을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가벼운 우울증이 찾아올 때가 있고 조울증처럼 기분이 좋았다가 나빠질 때도 있다. 누구나 앓을 수 있는 감기 같은 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최근 정신병원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가는 점이 좋다. 약의 남용과 병원에 대한 악용이 없다면 병원은 위로와 대나무 숲이 되어줄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 또 정신의학이 과학의 발전으로 다른 신체질환처럼 발견될 수 있는 병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신의학의 발달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정신이상으로 죄를 감면할 수 없는 날이 올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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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본 리뷰는 북하우스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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