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이란 이런 책을 말한다. 작가는 잘 쓰고 출판사는 잘 만들었다.
그리스 로마의 미술을 주제로 하였는데, 책의 형식을 빌렸지만 저자 앞에서 직접 교양강의를 듣는 느낌이다. 그냥 듣는다기 보다는 생생한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하다. 실제 저자는 독자가 궁금해 할 만한 내용이나, 꼭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질문’의 형식으로 대신 물어주고 그에 맞는 설명을 한다. 그런데 그 설명이 너무 친절하고 세심하다. 글의 내용에 맞는 풍부한 작품을 보기 좋은 위치에 실은 것은 물론이고, 앞에 나온 작품을 다시 설명하거나 다른 작품과 비교할 때 그 작품을 다시 가져와서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건 매우 특이하고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편집이다. 멋진 인테리어를 한 맛집에서 친절하고 예쁜 여주인을 만난 듯, 산뜻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대중교양서에 맞게 일정한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시종일관 전문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것도 책의 품위를 더해 준다. 줄을 그을 곳이 많다.
책의 두툼한 두께에 질릴 법도 하지만, 술술 잘 읽힌다. 글자크기도 눈이 쏙 들어오고 문장도 매우 평이하고 안정되어 있다. 한마디로 쉽고도 격이 높은 책이다. 좋은 책을 만나 기쁘다.
독서회 때문에 2권만을 읽었으나, 1권도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