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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델라
  •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
  • 신아현
  • 15,120원 (10%840)
  • 2024-08-21
  • : 632

슬픔, 불안, 연민, 두려움, 처연함, 답답함, 외로움, 분노, 희망, 기쁨, 다행.. 일어날 수 있는 인간의 모든 감정이 적나라하게 느껴지지만 그 모든 감정을 누르는 하나의 느낌을 말하자면 바로 '먹먹함'이다.


책은 사회복지 최일선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례들의 옴니버스식 묶음으로 보이지만, 크게는 작가와 주인공들의 이야기 두 갈래이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결국 그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로 붙어 있음을 알게 된다.

 

저마다 거칠고 애잔한 사연을 가진 주인공들의 인생사가 온갖 감정을 숨길 수 없게 사정없이 올라오게 하고, 책을 쓴 작가의 일상과 인생이야기도 남의 일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우리가 겪거나 알고 있는 현실에 바싹 붙어 있다. 작가의 이야기만 떼놓고 보면 수년 전 출간되어 큰 이슈가 되고 영화로 만들어진 <82년생 김지영>이 떠오르기도 한다.

 

숨을 죽이고 읽을 수 밖에 없는, 우리 시대 복지 정책 최후의 보루에서 벌어지는 전쟁 같은 현실들의 기록이다. 그 전쟁에서 이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받지만, 때론 의외의 지점에서 감동과 위로를 나눈다.

 

노인빈곤율, 자살율 세계 최고라는 통계는 숫자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같은 저부담 저복지 국가에서 물려받은 재산이 없고, 사고나 노화로 노동능력이 없어지면 생존은 문자 그대로 전쟁일 수 밖에 없고 국가는 한정된 재원으로 그들이 최소한의 삶을 버티도록 책임져야 한다. 그 복마전같은 현실이 맞닿는 지점에서 누군가는 ‘국가’가 되어 일생을 던져야한다.

 

그 종잡을 수 없는 전쟁 같은 일상을 수행하는 사람을 우리는 공무원이라 부르는데, 현장에서는 주어진 공무를 넘어서고 제도로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넘쳐난다. 작가는 월급받으며 자기 성격에 맞고 좋은 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었다고 했으나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현타를 느끼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베테랑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성장하면서 무수한 제도적 한계와 싸우고 불가근불가원의 험난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창의적으로 찾아내고 이루어낸 성과들은 대단하고, 눈물겹게 고맙다.

수혜자들을 문서 속에 있는 업무 대상으로서 타자가 아닌, 존엄성을 가진 한 개인으로 존중하고 상상으로도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는 이뤄내기 어려운 성과들이다.  


죽음의 공포까지 느낄 정도로 막장까지 겪은 청년 공무원 시절을 지나, 여전히 힘들지만 마치 보살도를 수행하듯 내공을 올리며 공무의 힘을 슬기롭게 펼치는 어느 중견 사회복지공무원의 일상과 인생사가 처절하면서도 아름답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주제의 성격에 맞게 어조는 시종 담담하지만, 문장은 책에서 보이는 작가의 외향적인 품성만큼 활달해서 단숨에 읽히는 힘이 있다.

책 안읽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출판물은 무수하게 쏟아진다. 옥석을 가리기 어려운 출판 홍수속에서 같은 시대,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사람으로 마땅히 알아야 할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읽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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