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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의 세계
- 에드 콘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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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3-08
- : 23,992
#물질의세계
/에드 콘웨이 /이종인 역/인플루엔셜
너무 평범하게 존재하면서 세상을 만들고 유지시키고 있는 여섯가지 물질 이야기.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
이 물질들뿐 아니라 그와 밀접히 연결된 다른 물질과 사물들의 과학사, 문명사, 산업사이며, 실물 경제학이자 미래학이다.
각 물질의 원천에서부터 인류 문명사에 들어오고, 현대의 평범한 사물들 속에 깊이 안착해서 그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이를 때까지의 빅히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그 물질들의 공급망을 추적하다보면 세상이 얼마나 조밀하게 엮여있는지 알 수 있고, 그 복잡한 공급망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무너지거나 허약해질 경우 세계의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절망적일 수 있다.
흔하디 흔한 모래도 실리카 함량이 높은 프랑스 남쪽 퐁텐블로숲에서 나오는 백사가 아니면 유리의 재료가 되지 못한다.
근대의 유리기술은 현대의 반도체기술만큼이나 복잡하고 비밀스러워서 국력의 지표가 되기도 했다. 1차대전 무렵 영국은 고성능 망원경 렌즈를 만들지 못해 적국인 독일에서 수입했다.
고대 소금길의 역사, 전통이 크게 변하지 않은 철재련 현장 , 편재된 구리산지의 영향력, 여전히 공고한 중동중심의 석유공급망, 콩고의 비극이 내재된 리튬이온전지.. 이 물질들의 생산과 공급망을 현미경처럼 들여다 보면 마치 복잡한 도미노처럼 엮여 있어서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생산과 공급, 최종 소비까지 한 두 사람이 그 전모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이 물질들은 인류 문명사와 함께 발을 맞추어 점점 더 많은 기능을 하게되고
복잡한 제품을 평범하게, 비싼 재료를 저렴하게 하면서 보편적인 풍요를 가져왔지만 현대에 이르면서는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킨 물질로 간주되어 속히 무언가로 대체되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단순하지 않다. 이 물질들의 네트워크는 너무 오래 고착화되고 얽혀서 실마리를 풀어가는데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지정학적인 난제들이 무수하다.
이 물질들이 가지고 있는 효율성이나 에너지밀도를 대체할 전혀 새로운 물질이나 기술이 출현하길 기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은 몇세대에 걸쳐 꾸준히 지속되어야 하고, 그 결과물을 향유할 때 현 세대는 세상에 없다. 보이지도 않을 미래세대를 위해 현재의 효율성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선진국들에서나 가능하지, 이제 막 그 효율성을 맛보기 시작한 신흥개발국들에게는 진짜 먼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선진국들의 신기술과 자본이 급속히 이전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마치 아프리카 저개발국에서도 휴대전화가 보급되어 사용하는 것 처럼.
거대한 물질공급망으로 인한 환경재앙 시대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바로 수십층을 건너뛰는 수직상승 엘리베이터를 준비해야 하는데, 간단치 않다.
화석연료는 재생에너지로 대체되는 걸로 생명이 끝나지 않는다.
석유, 석탄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은 현대 첨단 중화학공업 산업공정의 핵심 재료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가동하는 장비들을 구성하는 재료는 화석연료없이 만들 방법이 없다. 석탄에서 나오는 코크스없이는 강철을 재련할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의 전망이 어둡지 않고 갈수록 그 효율을 높혀가겠지만, 여전히 범지구적 차원에서 화석연료를 온전히 대체할 정도의 여건은 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넘어 전혀 다른 개념의 기술을 개발하는 시대가 오면 상황은 급격히 바뀔 수 있겠지만, 여전히 우리는 플라스틱 빨대 하나 쉽게 없애지 못하는 형편이다.
재미있고, 풍부하며, 집요하게 세상을 만들어온 여섯 물질의 미시사와 거시사를 촘촘히 엮었다.
주제의 깊이와 폭으로는 지난 세기말에 나온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 필적할만 한데, 현장감 및 스토리테링의 전개와 유려한 문장은 총균쇠를 뛰어 넘는다. 우리말로 거의 막힘 없이 읽히는 데는 번역자의 공이 클 것이다.
난독의 내 독서이력으로 10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한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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