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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델라
  • 글자 풍경
  • 유지원
  • 13,500원 (10%750)
  • 2019-01-30
  • : 3,806

중앙선데이에 ‘유지원의 글자풍경’이 연재되기 시작할 때, 독자들 사이에서는 내용이 생소하고 전문적이어서 대중들이 읽기에는 쉽지 않다는 평판이 일부 있었다. 활자를 디자인하는 전문가가 당연히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만, ‘타이포그래피’라는 용어 자체를 처음 듣는 사람들도 많았을 거고, 그 분야가 일반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낯선 풍경이었다.

낯설게 시작한 그 이야기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인문, 예술, 과학, 기술 어느 하나로 딱 규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그러한 경계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어서 전통적인 인문학적 ‘교양’이라는 개념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새로운 교양의 출현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책으로 엮여 나온 <글자풍경>을 보니, 신문이라는 매체가 얼마나 많은 한계를 가진 것인지 알게한다. 한정된 지면이라고 해서 글쓴이의 개성을 말살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넘치는 개성을 자유롭게 풀어 헤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만나니, 글은 더 아름다운 날개를 달았고 메시지는 읽는 이의 마음에 깊이 녹아들었다.

‘이 책은 전공자를 위한 체계적인 지식을 제공하기 보다는, 글자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동안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잘 알지 못했던 글자의 생태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기쁨을 느끼기를 바라며 꾸렸다.’ 
저자 서문에 있는 글이다. 책을 좀 읽는 사람이라면, 한나절이면 다 읽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하루면 충분하다. 읽고 나면 저자의 희망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잘 쓰고, 잘 만든, 정성이 가득 깃든 책이다.

‘어느 가을 아침이었다. 청명해진 공기의 냄새를 맡으며 기분 좋게 잠에서 막 깨려는 순간, 상상의 이미지 하나가 내게 다가왔다. 한국어 ‘사랑’이라는 단어였다. ‘사람’과 닮은 ‘사랑’이 나타나, 그 동적인 ㅇ 받침이 정적인 ㅁ 받침을 돌돌 말고 가는 이미지였다. 그때 깨달았다.

‘아, ’사람‘을 돌돌 움직여 살게 하는 동력은 ’사랑‘이구나!’ ‘살아’가고(生) ‘삶’을 이루고 ‘사람’이 되고 ‘사랑’을 하는 것은 언어학적 근거로 따지면 모두 어원이 분분하지만, 우리는 이 비슷한 소리와 모양으로부터 즐거운 상상을 누릴 수가 있다

..한국어 음성 상징에서 긍정적인 측면의 심상만 보자면, ‘사랑’의 ㅅ은 생(生)을 연상시키고 ㄹ은 운동을 떠오르게 한다. 양성모음 ㅏ는 내적으로 수렴하는 음성모음 ㅓ와 달리 외부를 향해 확장되고 열려있다. 마치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에너지처럼, 사람은 멈춰 있고 사랑은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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