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치타델라
  •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 박선화
  • 12,600원 (10%700)
  • 2018-05-30
  • : 421
책은 제목이 반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는 책도 있지만, 제목은 책의 일부만을 드러낼 뿐, 진짜 메시지는 다 읽어봐야 하는 책도 있다.
이 책 제목만 딱 보면, 세상의 반쯤은 포기한 듯하고 그 타겟도 독서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젊은 여성들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책 띠지에 슬쩍 물을 타기는 했다.

페미니즘??(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 책을 한 두 마디로 정의하는 사람은 책 제목만 주워들었거나, 책을 사고도 읽지 않았거나, 아니면 작가의 안티 팬임이 분명하다. 작가의 페북 포스팅을 쭈욱 애독한 사람들이라면 책에서 다룬 주제들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고, 작가가 한두가지 '이즘'에 경도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쯤은 알 것이다.

책이 나온다고 들었을 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싱싱한 활어같은 글들이 책으로 갇히면 좀 갑갑해지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역시 기우였다. 일상의 쉬운 언어로 종횡무진 자유로왔던 말글들이 거의 그대로 지면에서 살아 움직였다. 거기에 더하여 문학, 과학, 역사, 영화, 시사, 드라마에 이르기 까지 주제를 떠받치는 풍성한 이야기들로 메시지들은 더 유연하게 전달되었다.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여성윤리 3원칙으로 치환하여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빗댄 부분에서,, 깜놀! 천재 아닌가 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때때로 작가 자신이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는 삶의 명암들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드러냄으로서, 이 책이 3자적 입장의 관찰기가 아니라, 내가 포함된 자전적 기록임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다. 그 ‘나’는 작가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하고 ‘당신’이기도 하다.

찔리고, 아리고, 슬프고, 부끄럽다가도 놀라고, 유쾌하고, 낄낄대게 한다. 쉽지만 가볍지 않고, 뻔 해보이지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남자도 아닌 작가가 어떻게 남자들의 속마음을 그렇게도 잘 아는지, 눙물이 다 날 지경이다. 기계적인 중립을 넘어서, 양극단을 배제한 성찰적인 중용의 힘과 그 실천으로 가득한 책이다.

책속의 한 줄..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사고의 차이처럼 남성과 여성의 문화적 차이도 있고, 평균적인 생물학적 경향성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예외성과 복잡성으로 표현되는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 p90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