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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 삶의 일치
  • 후회 없이 내 마음대로
  • 히라노 구니요시
  • 15,120원 (10%840)
  • 2023-09-25
  • : 196

2700명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호스피스 의사의 확신에 가까운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믿을 만한 확신이지 않을까? 

첫째는 자택 등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임종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무엇보다 행복하다는 점, 둘째는 불필요한 연명 조치는 결코 환자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 


그럼, 우리가(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우리 모두가) 죽음에 이르기 전 내려야 할 선택은 자명하지 않은가. 첫째, 자택 등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죽음을 맞을 것. 둘째, 불필요한 연명 조치는 하지 않을 것. 


이 책은 무엇보다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생의 마지막 시기에 "제멋대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다만 "올바른 제멋대로"여야 한다. 올바른 제멋대로란 무엇인가? 저자에 따르면 출발점이 자기 자신인 제멋대로다. 다시 말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지내고 싶은가"를 중심으로 하는 제멋대로를 말한다. 막무가내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올바른 제멋대로"가 아니다. 


이 책에는 멋지게 생의 마지막을 올바르게 제멋대로 살다 간 이들의 이야기가 다수 실려 있다. 이 이야기들이 소설보다 재미 있고 영화보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모두가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앞에는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다. 사실 그 자체가 가진 진실성과 담대함이 우리를 숙연케 한다. 사실 앞에서 우리는 입을 다물고 그저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저자는 죽음이라는 마지막 순간을 같이 달리는 환자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생 마지막 순간 환자들이 가르쳐준 많은 메시지를 자신이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 메시지는 간단히 말해,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떠나보내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자신이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고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임종을 맞는 순간까지 환자들은 모두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문 진료 의사 일을 하면서 가장 두근거릴 때는 인생 대선배들의 '올바르게 제멋대로' 구는 모습을 만났을 때라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생 말년이 되면 '미래'가 없다. 그렇기에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롭다"고 한다. 미래가 없는 상황에 놓임으로써 사회적 의무에서 벗어나 인생 처음으로 자기 마음가는 대로, 제멋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는 것이다. 훗날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인간의 마음은 한없이 강하다고 한다. 이제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이다. 


그리고 간병 문제에 있어 간병인의 간병 기술은 환자에게 둘째 문제라고 한다. 애정의 강한 인연으로 엮인 상대가(법적 가족이든 아니든) 곁에 있어주는 것이 가장 마음 든든한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임종 시 간병을 담당하는 이가 가족이 아닌 지인인 경우가 상당하다고 하니 나로서는 뜻밖이었다.


저자는 또 필연코 다가올 자신의 죽음도 이렇게 상상한다. (저자의 자리에 '나'를 대입하며 읽었다) 126쪽: "나는 상상한다. 나이가 들고 의식이 없는 나에게 별 고민 없이 위루술이 이루어지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병원에서 누구도 나에게 흥미를 갖지 않으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영양분 튜브가 내게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새해 첫날이 밝은 것도, 밖에 벚꽃이 핀 것도 알지 못한 채 나이만 쌓여가는 모습을." 정말 우리는 이렇게 생의 최후를 맞고 싶을까. 아닐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맨 처음에 적은, 저자의 확신 두 가지를 다시 떠올리자. 첫째, 죽고 싶은 장소에서 최후를 맞을 것. 둘째, 불필요한 연명처치는 하지 않을 것. 그것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준비를 해나가자. 


또 하나,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앞으로는 "혈연에게 간병을 부탁할 수 없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핵가족화가 진행되어 누구에게나 고령 독거의 가능성이 생겨, 임종 환자의 간병을 하는 사람이 배우자나 자식 등 가족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이 아닌 누군가가 당신의 임종 간병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저자에 따르면 당사자 사이의 강한 인연이 있다면 혈연관계가 아닌 누군가가 남은 삶이 많지 않은 환자를 보살피는 일이 딱히 문제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핏줄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과 관심으로 맺어진 당사자(임종 환자와 간병인) 사이의 강한 인연이다. 그런 인연을 우리는 살면서 만들어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임종 간병을 목적으로 인연을 만들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생을 잘 살았다면 그런 인연은 필연코 맺어졌을 것이다(물론, 그런 인연이 없다고 해서 삶을 잘못 살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 저자는 죽음에 다가가는 누구에게든, 보통의 의사라면 하지 않을 말을 한다고 한다. 즉, 술을 그만 마시라거나 담배를 줄이라고 하지 않는다. 왜?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이제 와서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고 수년이든 수개월이든 수명을 늘린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이유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일은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사람은 원래 '자연스러운 상태로 죽고 싶은' 생물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소생 처치와 연명 처치가 오히려 편안한 죽음의 순간을 방해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한다. 또 입주금 10억원의 최고급 양로원(실버타운)에 들어가도 간병의 내용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하면서 생의 마지막 거처를 돈으로 사지 말라고 한다. 인생 최후의 거주지를 돈으로 찾을 수는 있지만, 그 장소가 마음 편한지는 결코 돈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로 마음 편한 장소란 돈만으로 손에 넣을 수 없다. 그렇다. 죽음에 이르러서까지 우리는 돈을 쥐고 갈 것인가. 죽음에 이르러서만은, 평생 움켜쥐던 돈에서 좀 자유로우면 안 될까. 죽어서까지 돈을 가지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 저자는 '폴라리스'라는 고령자 대상 주택을 소개한다. 매뉴얼이나 규칙으로 입주자를 속박하지 않으며, 청소나 식사 뒷정리 등은 입주자들이 함께 자주적으로 한다고 한다. 입주자 자신이 마음 편한 장소를 만들어 나가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을 세운 오카다 씨는 입주자 한 명, 한 명과 대화하며 각자의 취향과 문제를 듣고, 느긋한 운영 형태를 취하면서도 제대로 개별 대응을 해준다고 한다. 자신도 입주자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많은 시간을 입주자와 함께 지낸다고 한다. 입주자의 오물로 가득 찬 화장실에 스스로 손을 쑤셔 넣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정말로 마음 편한 마지막 거처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한다. 


현재, 저자와 같은 방문 진료 의사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때 앞으로 집에서 죽는 것은 결코 상상 속 그림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의료가 더 유연해지고 우리의 사고방식이 달라지면서 자신의 죽음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날은 머지 않은 장래에 실현될 것이라고 한다. 


결론으로, 저자는 방문 진료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의 죽음을 보면서 죽음은 회피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달았고, 나아가 자연스러운 흐름이자 섭리라는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환자의 익숙한 자택에서 그들을 간병했을 때 오히려 행복감이나 성취감 같은 신기한 감각에 휩싸였다고 한다. 앞으로는 자택에서 마무리를 맞이하는 것, 가족을 자택에서 간병하는 것이 전보다 더 많이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며, 죽음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좀더 실감 있게 느낄 수 있었고, 막연한 죽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질병과 죽음에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떠올려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서 병과 죽음은 우리의 현실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오타: 

41쪽 위에서 둘째 줄: 두 사람이 -> 두 사람의 

63쪽 위에서 다섯째 줄: 산호 -> 산소

71쪽: 그런 연구들도 -> 그런 연구자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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