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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 삶의 일치
  • 그래서 붓다, 유쾌하게 산다는 것
  • 후지타 잇쇼
  • 12,150원 (10%670)
  • 2022-06-15
  • : 45

"유쾌한 배움"이라는 키워드로 불교를 풀어낸다. 


저자에게 부처는 깨달음을 얻고 나서도 계속해서 배우는 사람이다. 또 저자에게 불교는 우리가 평생토록 배움을 얻으면서 유쾌하게 살아가게 해주는 방법론이다. 두 번째 관점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첫 번째는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부처는 깨달음을 얻음으로써 더는 공부하고 수행할 것이 남지 않았다. 그것은 실제 사실이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계속 수행을 하고 가르침을 편 이유는 중생에 대한 대연민심으로 그들을 고통에서 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불교는 학교에서의 정해진 학교적 배움과 달리,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상에서 배우고 깨닫는 오가닉 러닝(유기적 배움)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토를 달 이유가 없다. 수행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수행이 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유기적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이상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붓다의 생애를 간략히 소개하면서 사문유관, 명상/고행으로는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 마라(번뇌를 상징하는 악마) 이야기 등 여느 불교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도 등장하지만, 저자 자신의 공부 이야기는 새겨들을 만하다. 


저자는 부와 명리를 좇는 삶보다 평생 배움을 얻으며 유쾌하게 성장해가는 학도(學道)의 삶을 꿈꿨다고 한다. 그래서 그 길을 위해 발달심리학 대학원을 중퇴하고 절에 들어가 수행한다. 나아가 미국에서 좌선을 지도하는 이력으로까지 나아간다. 


다만, 다음과 같은 저자의 진술은 조금 더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 따라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불교는 어렵고 모호한 것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불교는 훨씬 단순하고 재미있는 수행(=오가닉한 배움의 생활)의 장이라는 사실은 반드시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p.52)


"불교는 각자가 자신만의 유쾌한 삶의 방식을 배우기 위한 참고서"(p.52) 


그리고 수행은 즐거워야 한다는 저자의 관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리고 붓다도 명상/고행이 아닌 "나무 아래 스스로 앉는 즐거운"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좌선에서 중요한 것은 작위적인 노력에서 벗어나 심신을 자연스러운 작용에 맡긴 채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현재에서 아무것도 더하려 하지도 빼려 하지도 않아야 한다. 너그럽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그저 앉아 있으면 안락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이 안락이야말로 내가 유쾌라고 부르는 상태다."(p.98) 


마음챙김 명상의 대가 존 카밧진은 이것을 "coming to terms with what is"라고 표현했다. "있는 그대로의 실재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 정도라고 할까. 나는 이것을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수동적으로 맞장 뜨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저자는 낭만파 시인 존 키츠의 negative capability(소극적 수용력)라는 표현을 인용하는데, 역시 일맥상통하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이것을 "하지 않는 능력"으로 설명한다. 


doing mode(행위 양식)와 being mode(존재 양식)에 관한 설명도 나오는데, 이 표현은 미국 마음챙김 명상의 대가인 존 카밧진이 자주 쓰는 표현으로, 아마도 미국에서 십수 년을 활동한 저자의 이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밖에 둑카(괴로움), 불방일(아빠마다) 등 남방불교의 위빠사나도 간간이 소개하는데,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수행법인 위빠사나를 제쳐두고는 불교를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괴로움 = 고통(통증) x 저항"이라는 공식도 여느 불교 책에서 흔히 보이는 설명이다. 


불교에 대한 저자의 이해와 주장이 큰 방향성에 있어서는 틀리지 않았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논지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책임은 어쩔 수 없다. 분량이 짧아 하루 정도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다. 일본에서 25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라는데, 책의 어떤 포인트 때문인지 궁금하다. 나는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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