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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 삶의 일치
  • 사랑이라는 이름의 지배
  • 다지마 요코
  • 12,600원 (10%700)
  • 2022-09-22
  • : 33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생태주의 페미니즘.. 이 책은 "무슨무슨" 페미니즘 말고, "날것 그대로의 페미니즘"을 주장한다. "날것 그대로의 페미니즘"이란? 남자든 여자든 나로서, 자기 자신으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페미니즘이다. "나의 페미니즘은 나의 페미니즘입니다"라는 책속의 문장은 무슨 동어반복인가 싶지만, 실은 "내가 주창하는 페미니즘은 오로지 나의 삶에 복무하는(도움이 되는) 페미니즘이어야 합니다"라는 저자의 옹골찬 주장으로 읽힌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구조가 형성되어 온 과정을 수천 년 남성중심 사회의 관점에서 날카롭게 해부하고 비평한다. 남성중심 사회는 약탈과 지배, 점거, 점령, 소유, 전쟁의 문화다. 반면, 여성의 문화는 배려, 존중, 어울림, 협동, 조화다. 다소 과도한 도식화와 단순화일 수 있으나, 전혀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읽다 보면 남녀의 불평등한 관계에 관한 저자의 분석을 독자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보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여성은 '옳다쿠나' 할 것이고, 남성은 '내가? 그랬을 수도..' 하며 자신을 돌아볼 것이다). 특히 갤리선의 비유는 독자의 이해를 돕는 다소 과격하지만 매우 인상적인 비유로 보인다. (여성은 배 아래에서 노를 젓는 노예다. 갑판 위는 남성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 책은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출간되었는데, 당시 일본사회도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했나 보다. 여성을 순종적인 존재로 다루고, 무급 가사노동에 남편의 속옷 빨래나 시키는 대우를 일본 여성들이 받았다고 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이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수천 년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이어온 뿌리깊은 여성 차별과 억압의 역사가 몇십 년 만에 사라질리 만무하다. 구조는 언제나 우리의 의식 속에 강고히 박혀 있어, 눈에 띄는 제도를 개혁하는 일보다 훨씬 어렵고 오래 걸린다. 


나는 이 책을 "가부장제 문화를 뒤엎고 억압적 남자들을 타도하자"는 전투적 주장보다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내면에 강고히 뿌리박힌 남녀에 관한 고정적 관점과 편견을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일부터 먼저 하자는 주장으로 읽고 싶다. 결국 페미니즘도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삶을 사는 것에 관한 것이니까. 물론, 그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은 이 책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의 현상황에 맞게 지혜롭게 그 길을 모색하는 일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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