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집 어린이가 제일 많이 가고, 또 가고 싶은 곳은 바로 문구점이다. 매일매일 가는데도 가고 싶은 걸까? 어제와 같은 물건들도 오늘 보면 또 새롭고 다르게 보이는 걸까?
조그마한 머릿속 생각들이 궁금하기만 한 엄마에게 우리집 어린이는 오늘도 이렇게 말하며 등굣길을 나선다. "엄마, 오늘 학교 끝나고 문구점 들렀다가 올게!"
어린이 세계에서의 핫플 문구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소향 작가님의 『간판 없는 문구점의 기묘한 이야기』는 몽글몽글 감성적인 일러스트와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어린이 독자들을 유혹한다. 우리집 어린이가 너무 재미있다며 순식간에 뚝딱 읽어 내린 『간판 없는 문구점의 기묘한 이야기』의 기록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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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없는 문구점은 작지만 없는 게 없다. 조금이라도 빈 곳은 남겨두지 않겠다는 듯 갖가지 물건들이 진열대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다. 지렁이 젤리, 과일향 나는 메모지, 뿅망치, 우정반지 등 갖가지 간식과 문구류, 장난감이 가득한 문구점을 좋아하는 나는 유난히 더운 여름날 저녁에도 문구점에 들른다.
문구점에서 마음에 쏙 드는 색연필을 발견하지만 돈이 모자라 망설이는 '나'! 그런데 이름을 밝히지 않는 문구점 아이가 특별한 이벤트를 알려준다. 바로 돈 대신 기담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유일하게 알고 있던 기묘한 이야기인 하늘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기담의 주인공은 '하늘이'. 하늘이는 참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엄마와 아빠는 더는 가족이 아니게 되어 엄마가 외국으로 떠났고, 단짝친구 보라와는 사이가 벌어졌다. 하늘이는 할머니의 문구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꿈에서 그림을 그리면 현실에서 그대로 이루어지게 해주는 신기한 크레파스를 발견한다. 하지만 신기한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는 딱 세 번뿐! 꿈속 미술관에서 10분 안에 그림을 완성하고 나오지 못하면 그곳에 영원히 갇히고 만다.
하늘이는 크레파스를 사용해 보게 된다. 첫 번째 꿈에서 하늘이는 자기 대신 보라가 외톨이가 되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현실에서도 꿈에서 그린 것과 똑같은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을 알게 되지만 뭔가 만족스럽지는 않고, 두 번째도 꿈 속 그림대로 이루어지지만 만족스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정말 제대로 된 마지막 세 번째 그림을 그리려고 다시 꿈 속 미술관에 들어간 하늘이 앞에 누군가 나타나고, 하늘이는 놀라고 마는데……
과연 하늘이는 무사히 꿈속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하늘이'의 이야기와 간판 없는 문구점의 '나'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맺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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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없는 문구점의 기담을 둘러싼 비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밝혀지는 클라이막스에서는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 하늘이와 이름을 밝히지 않는 문구점 아이의 비밀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묘하고 신비로운 판타지다. 하늘이와 할머니 사이,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광경은 감동적이고 애잔하게도 느껴진다. 마음이 힘들어 갈피를 잡지 못할 때야말로 곁을 지켜주는 건 바로 가족의 온기임이 여실히 느껴진다.
단짝친구 문제로 속상한 어린이, 가족관계로 고민이 많은 어린이, 모든 관계가 어렵고 버거운 어린이... 커갈수록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들의 얽히고 설키는 상황에 홀로 고민하고 있을 어린이들이 『간판 없는 문구점의 기묘한 이야기』를 읽고 마치 내 이야기처럼 공감하고, 위로를 얻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기를!
[출판사로부터 본 도서를 제공받았으며,
제 생각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할머니, 마법보다 힘이 센 게 뭔지 아세요?"
"알다마다."
"뭔데요?"
"그건..... 사랑이지."
이야기의 조각 하나를 더 찾았다. 하늘이가 나를 꼭 안으며 말했다.
"할머니, 사랑해요. 내일 또 만나요."- P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