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초,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우리집 어린이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에게 강낭콩의 떡잎이 돋아난 화분을 보여주었다. 과학 시간 관찰일기를 쓸 '낭콩이'라며 잘 키워야 한다는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는 모습에 귀여운
것도 잠시, '이걸 어떻게 키워야 멋진 관찰일기감이 될까?'하며
몰래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식물의 초록초록함을 사랑하고 아끼지만,
그 사랑과 키우는 능력은 꼭 정비례하지만은 않다는 걸 증명하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맞춰 도착한 『맨처음 식물공부』 책은 나에게 식물을 대하는 부담감을 덜고 초록의 다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쁨을 얹어주었다. 책에 담긴 식물의 이름과 특징을 하나씩 알려주는 다정다감한 목소리와,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을 걷는듯한 시원함과 편안함을 주는 싱그러운 그림이 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부드럽게
환기시키며 다가오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니 책 저자 이름이 익숙하다. 바로 학창 시절 교과서와 중고등학교
문학 문제에 단골로 등장하여 익히 유명한 '안도현' 시인! 그간 혼자 읽는 책에서 안도현 시인을 접했다면, 이제는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책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안도현 시인이 외손녀,
그리고 책을 찬찬히 읽어 내려갈 천진난만한 독자들에게 주변의 나무와 꽃을 하나씩 알려주고 싶어 집필하게 되었다는 『맨처음 식물공부』를
싱그러운 여름 햇살이 눈부신 오늘 소개해 본다.
혼자 걸을 땐 미처 몰랐는데, 아이와 함께 하는 산책길에서 만나는
식물들은 정말 다양하다. 아름답게 눈길을 잡아 끄는 벚꽃과 장미뿐만 아니라 위풍당당하고 곧게 뿌리를
내린 단풍나무, 은행나무, 그리고 가끔 볼 수 있지만 그래서
더 인상 깊은 갈대와 억새, 연꽃……. 하지만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이름을 모르는 식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엄마, 이건 뭐야?"라며 궁금해하는 아이와 함께 읽기 시작해 본다.
『맨처음 식물공부』 에는 우리 주변의 친근한 식물들의 이름과 특징이 담겨있다.
단순히 식물에 대한 정보보다는, 시인이 그 식물에 가진 느낌과 경험이 담겨 있는 설명은
평범했던 내 주변을 반가움과 친근함의 공간으로 바꿔준다.
그리고 마치 시를 읽는 듯한 텍스트 구성이 마치 노래처럼 다가와 여러 페이지를 읽어도 질리지 않는데, 자칫 줄글이 줄 수 있는 지식 쌓기의 수직적 느낌을 빼고, 식물
가까이, 한 발자국 더 다가가 친구가 되길 바라는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곳곳에 스며있음이 느껴진다.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 잎과 열매의 모자로
구별할 수 있는 참나무 육총사가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그동안 아이와 도토리를 주웠어도 잎과 열매를
구분하기엔 쉽지 않았는데, 다가올 가을에는 공원에서 참나무를 몇 종류나 구별해낼 수 있는지 아이와 겨뤄봐야겠다.
강과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들도 소개되어 있는데, 여름의 연꽃
그림 속 귀여운 개구리, 그리고 가을의 갈대와 억새를 구별하는 힌트가 할아버지의 장난스러운 눈빛같이
친근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힐링이 된다. 갈대는 갈색!
책의 말미에는 「놀까, 식물이랑」 섹션으로 식물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소개되어 있다. 채집, 관찰, 악기 만들기, 식물 이름 빙고, 인형
만들기, 강낭콩 키우기, 관찰일기까지! 낭콩이가 잘 크고 있는지 두근두근했는데, 강낭콩 키우기 페이지 속
그림과 얼추 비슷하니 다행이다. 아이와 함께 강낭콩 꼬투리가 열릴 그날까지, 책의 응원을 받아 잘 키워봐야겠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긴 하지만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어울린다. 어린이에게는
식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어른에게는 식물을 알아가는 재미와 힐링을 선사하는 책이다. 주위를 조용히 바라보고, 식물을 찾아내고, 이름을 부르며 교감하는 '식물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 주는 『맨처음 식물공부』. 자, 이제 식물 가까이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본 도서를 제공받았으며,
제 생각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