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러시아 소설
Charlatan 2021/01/02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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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소설
- 엠마뉘엘 카레르
- 12,420원 (10%↓
690) - 2017-05-30
: 251
[광기와 폭력, 연약하고 부드러운 불안의 페르소나]
이 책은 보통의 소설처럼 전형적인 기승전결의 구조를 띠고 있지는 않다. 이를테면 사건의 발단 이후 그 사건이 꼬리의 꼬리를 물며 발전해나가 절정에 이른 후 다시 하강하는 형태 말이다. 물론 나름의 구조는 있으나, 내가 느끼기에 이 소설의 강점은 그런 것이 아니다.
‘러시아 소설’의 재미있는 점은 마치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잭슨폴록의 그림처럼 물감을 흩뿌려놓고 강하게 감정을 호소하는 것에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의 사건으로 전개 되나, 그 사건 속에서 다루어지는 쓸쓸하면서도 고독하고, 광기에 사로잡혀 어린아이처럼 불안에 떨며 때로는 자신이 모든 일과 자신의 감정을 치밀하게 조절할 줄 안다고 착각하는 카레르의 변태적이며 이중적인 태도가 더 눈길을 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나는 이런 그가 무척이나 꼴사납다고 느끼다가도 이윽고 그의 마음에 동화되고 만다.
‘행복한 작가, 행복해 보이는 작가’가 진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레르가 아냐를 대하듯, 혹은 그의 연인 소피를 대하 듯 이중적이고 변태적인 태도를 띤다. 언제나, 모든 상황에서 양심적이고 사랑으로 모두를 대하려고 노력하나 결코 완벽하게 타인을 사랑하지는 못하여 절망한다. 그리고 카레르는 자신의불완전하고 변태적인 마음(단순히 성적인 것을 넘어)을 단 하나의 가식도 없이 글속에 모두 토로(吐露)한다. 마치 겉으로 보이는 행복 따위는 자신에게 진정한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듯 말이다.
그가 보통의 사람들 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쓸데없이 복잡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그의 마음을 책을 통해 들여다보고는 왠지 모를 위로와 안도감에 사로잡힌다. 때로는 거짓된 행동을 하며 양심의 무게를 견딜 수 없어하는 것이 마치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듯, 카레르의 광기에 사로잡힌 글은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후, 아이러니하게도 차분한 위안과 평안을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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