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성 썸머가 칠 년 간 이태원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피로 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는 한편,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밑반찬을 잔뜩 만들어두고 떠나는 사람이 있다. 좋은 사람으로 여겨 가까이 지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 있고, 더 알고 나니 순하고 아름다웠던 사람도 있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아무래도 두 복순 할머니. 거제도에서 올라온 해녀 출신 할머니들은 같은 이름이 가지고 있고 같은 집에 산다. 늘 붙어 다니기에 핸드폰도 한 대. 혼자 살면 안 된다고 당부하는 할머니의 말에는, 서로에게 기댄 채 버텨온 고된 삶의 무게가 실려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할머니들이 떠난 적요한 집을 오래오래 바라보고 싶어진다.
소중한 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저만의 이야기. 한 사람에게 귀 기울이기 전까지 그들이 가진 이야기를 알 수 없다는 건 무서우면서도 기쁜 일이다. 썸머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많은 이야기를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의 능력은 이 세상을 희망으로 바라보게 하고, 인간을 사랑하게 한다. 웃기고, 슬프고, 따뜻하고, 화나는! 감정을 몽땅 느끼게 하는 쾌활한 목소리덕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