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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와 여자의 세상
- 스즈키 이즈미
- 16,200원 (10%↓
900) - 2023-09-26
: 1,744
근래 읽은 책 중 제일 좋았다...
전에 박솔뫼 작가 완독회 갔을 때 최근 읽은 좋았던 책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 곧 나올 책이라면서... 자살한 일본 여성 작가의 책이고 소설과 에세이가 같이 묶여있는데, 택시를 타고 정신병원에 가는 길을 묘사한 에세이가 너무 좋았다고 말씀하셨고 그것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가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 책 출간 소식을 듣고 제목도 작가도 몰랐지만 이 책이구나! 단번에 알아버렸다. 표제작인 <여자와 여자의 세상>은 첫 장만 읽어도 재밌다는 걸 알 수 있고... 소설들이 다 냉소적이면서 웃기고 근데 또 발랄하고 신랄하기도 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버렸다. 술술 읽다가도 어떤 문장들에 콱 박혀서 다시 처음부터 읽기도 하고. 이를테면 “그래도 말이야, 뒤돌아보는 건 좋은데, 뒤돌아보고 나서 휙 하고 다시 앞을 봤더니 거기에 뒤돌아보고 있는 자신이 있으면 싫지 않아?”라던가 “그래서 확실히 알았는데, 이건 사랑이 아니다. 경험한 적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 이라는 기분이 든다. 말도 안 되지만.” 같은 문장들. 그리고 소설과 같은 궤에 있는 에세이 역시 너무 좋은데 이런 부분.
”나는 골목대장이 될 수 없다고 믿어왔으니, 당연히 자아를 가져야 마땅한 남성에게 기대했던 것이다. 그것에 귀속되는 것이 동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상행위일 뿐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대를 만족시킬 만큼의 자아와 영리함을 지닌 남자는 적다. 나는 가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함과 초조함에 휩싸였다. 끝내는, 슬퍼졌다. 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375쪽)
너무 기대했던 책이었는데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어버린 책은 또 오랜만이어서 기쁘다. 친구들한테 마구 선물하고 어떤 단편이 제일 좋았냐고 어디가 좋았냐고 얼마큼 좋았냐고 붙잡고 묻고 싶은 책.
+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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