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허물어지고 물러지고, 그랬다가 다시 차곡차곡 쌓이고 비로소 굳어지는 과정을 오롯이 느끼게 하는 김금희의 소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이런 글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큭큭 웃었다가 찡했다가 귀여웠다가 짜릿했다가...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가 여름의 마음이라면, <크리스마스 타일>은 겨울의 마음.
크리스마스를 앞둔, 혹은 맞이한 사람들이 지나간 시간의 기억과 상처를 돌아보고 비로소 다시 앞을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가끔씩은 다시 뒤돌아보고, 그때마다 또 아파하고 후회하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천천히 걸어나갈 수 있겠지. 살아갈 수 있겠지.
앞으로의 여름과 겨울에는 꼭 이 두 소설을 다시 꺼내게 될 것 같다.
일 년을 마무리할 이 겨울에 읽는다면 너무너무 좋을 소설. 마음을 담아 추천합니다!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되어 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달려나가는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스물네살의 야콥과 그 다가섬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스물셋의 예후이, 비슷한 이유로 포기라는 걸 고려하지 않는 동갑의 윤슬까지. 그 모든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샹강의 수천그루 귤나무가 해를 거듭해 자라고 노을이 강물을 물들이며 바람이 새들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고 지나가는 것처럼.- P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