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생각과 오래전에 이미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이론들'(287쪽)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인성 장애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짜 병'으로 인정받지 못하곤 한다. 신경학자인 수잰 오설리번은 전 세계의 심인성 장애 사례들을 탐사하여 우리에게 들려줌으로써 심인성 장애에 대한 해묵은 오해를 걷어내려 한다.
"미친 거지 진짜 아픈 게 아니라"(267쪽)거나 흔한 꾀병이라는 유구한 사회적 낙인 때문에, 심인성 장애 환자들은 쉽게 진단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존재하지 않는 다른 답을 찾아 오랜 시간 헤매기도 한다. 특히 취약한 환경에 놓인 환자들은, 이 병의 불가사의한 속성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주로 음모론자...)에 의해 더 큰 고통을 받기도 하고...
비교적 증상이 약하고, 환자가 쉽게 통제할 수 있으며, 나약한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심인성 장애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들. 그러나 "많은 이에게 심인성 장애는 저절로 계속되는 현상"(187쪽)이고, 단지 개인의 내면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복잡한 요소들이 맞물려 발생한다. 사실 심인성 장애를 비롯한 모든 질병은 생물학적/심리적 요소를 비롯해, 그 사람이 처한 사회/문화/정치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어쨌거나 내 마음인데도 마음대로 가눌 수 없고,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데도 이렇게나 큰 물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마음이라는 건 정말 뭘까 자꾸 생각했고...
전혀 모르고 있던 분야라서 이 책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따라서 뇌졸중을 앓는 어떤 사람이 기질적인 뇌 질환이라고 하면 ‘진짜‘ 마비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심인성 혹은 기능성 장애라고 하면 ‘진짜‘ 마비된 것은 아닐 것이라 여긴다. 심인성(기능성) 장애가 있다는 의미가 그런 식으로 해석된다면 사람들이 그 진단을 거부한다 해서 놀라울 게 뭐가 있겠는가?- P175
육체적 고통만큼 심리적 고통에서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른 이들로부터 이해받기는 정말 쉽지 않다.- 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