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회학 연구자인 이라영이 던지는 21개의 화두의 중심에는 '말'이 있다. 왜 어떤 말은 뱉어지기까지 너무나 쉽지만 어떤 말은 그토록 어려운지, 왜 어떤 사람을 말하기만 하고 어떤 사람은 듣기만 하는지, 왜 어떤 말은 빠르게 잊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나를 분노하게 하는 말도 있지만,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말들이 더 많다. 나 역시 빈번히 무심한 폭력을 저지르는 주체가 되므로. 몰랐던 것들을 새로이 알고 배우는 것은 분명 큰 기쁨이지만, 동시에 내가 옳다고 믿어온 것들이 무너지는 일이고, 그럴 때마다 나는 자꾸만 부끄러워진다. 내가 뱉었던 말들이 나에게 돌아와 나를 가차 없이 때리는데, 그럼에도 지금 내가 아는 것은 티끌에 불과하다는 사실 때문에 더 괴롭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말하는 '아름다움'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저자는 시몬 베유의 '아름다움은 선에 대한 우리들의 갈망을 반추하는 거울과 같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아름다움은 '고통과 연대하고 권력에 저항하며 정상성에 균열을 내어 세상에 충격을 주는 행위'(9쪽)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 '나 이외의 타자와 동등하게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결'(362쪽)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므로 섣불리 비관주의에 잠식되지 않고, '어쩔 수 없는 문제들을 어쩔 수 있는 것으로 바꾸'(288쪽)려 부단히 노력하기. 또한 이것이 아름다움에 가까워지는 행위임을 기억하기. 완벽하고 매끄러운 아름다움이 아닌, 울퉁불퉁하고 땀 흘리는 아름다움을 향해서라면 한없이 부끄러워지더라도 다시 올려다볼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고통에 대한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P7
고통을 외면한 채 우리는 아름다움을 맞이할 수 없다. 타자의 고통을 마주하고 사랑과 아름다움이 주는 힘과 그것의 정치성에 대한 무한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세계를 아름다움으로 이끌 것이다. 아름다움은 살아가는 모든 것에게 애쓰는 마음이며 동시에 죽어간 모든 것에게 애도를 잃지 않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 P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