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를 흥미롭게 읽었었기 때문에 더 기대되었는데, 역시 좋았다.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이 남성 중심 예술계에 의해 의도적으로 지워졌던 여성 예술가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면, <기울어진 미술관>은 권력에 의해 가려졌던 소수자들을 망라하여 다룬다는 점에서 같은 궤에 있으면서도 다른 책.
'예술이 돈과 권력을 떠나 독립하기는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7쪽), 한 폭의 그림일지라도 그것은 필연적으로 '시대를 증언'(8쪽)하게 된다. 그저 아름답다는 감상을 넘어, 그 안에 얽힌 사회적 맥락과 권력의 작동을 읽는 것은 오늘날 우리를 돌아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슬프게도 그 '기울어짐'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우리는 그 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그림에 대해 하나도 몰라도 술술 읽힐 만큼 쉽고 재밌게 쓰인 글이다.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과 나란히 읽어보는 것을 추천.
그래서 이 책은 의도치 않게 시대를 증언한다. 화가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필연적으로 자신이 살던 시대의 공기를 작품 안에 담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략) 이렇게 그림은 당대의 문화적 편협함과 무지를 드러내는 선명한 징후였다.- P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