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정보도 없이 서점에서 우연히 <칵테일, 러브, 좀비>를 사서 읽은 후 조예은 작가에게 완전히 반해버린 적이 있다. 그때의 기대를 가지고 읽은 이번 소설집은 뒤표지에 쓰인 대로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이들의 이야기이다. 다만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막막하고 처참하기에,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쪽에 머무르길 선택한 용기를 가진 이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부분 한심하고 가끔 사랑스럽지만 잘 살"(208쪽)길 바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인육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꿈속에 들어와 악몽을 만드는 몽마까지 사랑스럽게 보인다면 믿길까. 그 기묘함마저, 그 미련함마저 사랑하게 만들어버리는 인물들이 복작복작 모여있는, 이 세계의 다음 이야기를 또 기다리게 만드는 책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 이 시원하고 달큼한 책을 얼른 읽어보시길!
미주에게 수안이 수십, 수백 중의 1이라면 수안에게 미주는 그 자체로 꽉 찬 1이었다.- P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