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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보님의 서재
  • 마고
  • 한정현
  • 11,700원 (10%650)
  • 2022-06-25
  • : 739

이 소설을 다소 거칠게 요약하자면 '미군정기, 윤박 교수가 살해된 후 지목된 세 여성 용의자를 추적하는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검안의이자 탐정인 여가성과 기자 권운서가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세 여성 용의자-편집장 선주혜, 가정주부 윤선자, 소설가이자 윤박 교수의 조수인 현초의-를 추적해 나가는 와중에, 세 용의자와 피해자가 모두 들른 호텔 포엠을 운영하는 에리카라는 묘연한 여성이 끼어든다. 


미군정기, 혼란한 역사의 소용돌이와 치열한 이념의 싸움 속에서 이 여성들이 각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했는지, 그들이 겹쳐지고 불현듯 이어지며 주고받은 것은 무엇인지 풀어내는 와중에 마고 신화가 함께 엮어나간다. '세상을 창조한 여성 신'인 마고가 '남성 중심적 해석 과정을 거치며 세상을 해치는 불온한 마녀와 같은 존재로 전락'(해설, 204쪽)한 과정과 남성 중심적 질서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혐오와 차별을 감당해야 했던 이들의 사연은 꽤나 닮아있다. 그래서 그들은 마고(마녀)라 불린다. 


세상은 갈수록 나쁜 쪽으로만 향하는 것 같고, 선함은 악함에 지는 것 같고, 그것을 그저 지켜보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낙관할 힘을 잃어버릴 때가 더 많다. 그런 나에게 <마고>는 또 다른 문장을 건네준다. '우리는 낙관할 수 있어. 우리가 잊지 않고 있으니까.'(183쪽)


한정현 작가의 작품에서는 그동안 그가 만들어 온 여러 등장인물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만나고, 그들은 단단한 연대를 주고받는다. 서로를 결코 잊지 않으려 애를 쓰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낙관의 시작을 발견한다. 내가 절대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 그것들은 이렇듯 한없이 나빠지기만 하는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낙관의 시작임을 기억하려고 한다. <마고>가 나에게 준 벅찬 힘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게 바로 낙관이야. 우리는 낙관할 수 있어. 우리가 잊지 않고 있으니까."-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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